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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수권태세 보여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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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수권태세 보여야(사설)

입력
1997.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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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미를 거듭하던 대선의 구도가 3자대결로 가닥을 잡은 것은 여러 면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선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혼란과 혼돈을 상당히 덜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후보자들도 그 동안은 합종연횡에 골몰하느라 소홀할 수 밖에 없었던 정책문제에 신경을 쓸 수 있게 되었다.하지만 이같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후보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과거에만 매달려 있는 것 같아 실로 안타깝다. 후보들을 초청한 토론회만 하더라도 전향적으로 정책대안을 묻기보다는 과거의 아픈 곳을 파헤치는 데 치중하는 듯한 인상이다. 물론 후보를 검증한다는 의미에서 이같은 뒤돌아보기가 중요하다는 점은 백분 인정하더라도 이제는 이들이 집권했을 때 무엇을 할 것인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주요 후보들이 여전히 상대방 헐뜯기에는 열을 올리지만 정책대안에 대해서는 거의 입을 다물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정책문제에 대한 후보들의 이해 자체가 매우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 큰 이유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예컨대 통화위기에 대한 처방으로 어떤 후보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하고 있다. 또 어떤 후보는 외국의 원수를 만나 돈을 빌려 오겠다고 한다. 중앙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통화거래물량에 비해 정부보유 외환의 양이 너무나 적은 것이다. 외국에서 돈을 빌려 온다지만 한국은 멕시코가 아니다.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의 일원이기 때문에 미국이 긴급수혈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어쭙잖게 구걸에 나섰다가는 국가의 위신만 손상시킬 우려가 없지 않다.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대증요법을 들고 나오는 것에 미루어 이들이 위기의 성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제 상대방의 약점을 들추는 일보다는 정책적인 문제에 대해 좀더 공부함으로써 수권에 대비할 때다. 후보들이 영국의 토니 블레어나 미국의 빌 클린턴의 예를 곧잘 들지만 이들은 집권시에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청사진을 미리 내놨었다. 몇마디 구호와 구체적인 내용이 결여된 선언으로 될 일이 아니다.

물론 이같은 청사진은 후보자 개인의 힘으로 마련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능한 인사들의 중지를 모아야 할 일이다. 사실 후보, 나아가 지도자 개인이 모든 덕목을 고루 다 갖추기는 힘들다. 따라서 다양한 스타일의 지도력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한 팀이 되어 지도자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해야만 개인으로는 불가능한 완벽한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후보 자신이 최소한 이해와 판단력은 갖추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적재를 적소에 배치하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늦었다고 느낄 때가 빠른 때라는 말도 있다. 각 후보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정책적인 문제에 대해 좀 더 이해를 깊이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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