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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주장 제자가 논평’ 이색 학술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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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주장 제자가 논평’ 이색 학술토론회

입력
1997.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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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신여대 윤리교육과 윤용남 교수『진리앞에 스승과 제자는 평등하다』

지난 8일 서울 성신여대 수정관에서는 스승의 발표내용에 제자들이 논평을 하는 이색적인 학술대회가 열렸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되는 우리 학문풍토에서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성신여대 사범대 윤리교육과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의 주제는 「동서양의 가치관 비교」. 학생과 교수 등 300여명이 모인가운데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학교 윤리교육과 윤용남 교수는 우리식 세계관을 「통체적 세계관」, 서양의 것을 「집합적 세계관」이라고 규정한뒤 이런 세계관의 차이로 인해 생기는 현상들을 설명했다. 『우리식 세계관에서는 「우리는 소년이다」라는 말처럼 전체를 유기체적 일자로 보며 서양식 세계관에서는 「We are boys」처럼 전체를 동일한 속성을 가진 다수의 집합으로 봅니다』

윤교수의 발표가 끝나자 제자들로부터 날카로운 질문과 비판이 쏟아졌다.

『단순한 언어습관의 차이를 세계관의 차이에서 온것처럼 확대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에서부터 『세계관 때문에 언어습관의 차이가 생긴 것이 아니라 언어습관의 차이 때문에 세계관이 달라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겠느냐』는 논평까지.

윤교수는 제자들의 끈질긴 문제제기에 대해 또박또박 자신의 이론으로 맞받으면서도 전혀 불쾌해하거나 스승이라는 이유로 권위를 고집하지 않았다. 이날 스승의 주장을 논박한 제자들은 이 학과 재학생뿐만 졸업생 10명도 참여했다.

윤교수는 『진리를 찾기위해서는 스승이나 선배의 학설이라하더라도 과감히 반론을 제기하고, 때로는 반대파의 학설도 겸허히 받아들여온 것이 실제로는 우리학문의 전통이었다』라며 『이번 시도가 자유로운 토론·비평문화를 대학에 정착시키는 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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