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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늦은 훈장/신재민(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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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늦은 훈장/신재민(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7.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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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이 한창이던 68년 3월16일 아침 미육군의 유 톰슨 준위는 자신의 헬기를 조종하며 정찰임무를 수행하던 중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다. 한 마을 위를 저공비행하다 어린이와 여자를 포함한 많은 민간인이 숨진채 널부러져 있고 다른 한켠에서는 도망치는 양민들을 미군 병사들이 뒤쫓는 장면을 본 것이다. 거의 30년이 지난 일이지만 미군 역사상 가장 추악스런 범죄의 하나로 기록되고 있는 이른바 「마이 라이(My Lai)촌 학살사건」이다.톰슨 준위는 즉각 헬기를 마을 한가운데 착륙시키고 인간사냥을 벌이는 병사들을 제지하기 위해 나섰다. 『베트콩을 돕는 적성분자들을 모두 죽여야한다』고 말하는 병사들의 살기가 어찌나 등등했는지 그는 동승했던 헬기의 기관총 사수에게 『저들이 계속 주민을 살해하려하면 기관총 사격으로 저지하라』고 명령했을 정도였다. 자신까지도 죽이려는 병사들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톰슨 준위는 아직 살아있는 주민들을 헬기에 태우고 귀대한 후 이 사실을 상부에 보고했다. 이후 이 사건이 언론을 타고 전세계로 알려지면서 인권단체들의 비난여론이 뒤따랐고 미군은 관련 병사들을 군사재판에 회부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사건이 또다시 미국인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최근 톰슨 준위에게 「병사훈장」(Soldier`s Medal)이 수여된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민간인으로서 루이지애나주의 재향군인협회에서 일하고 있는 톰슨 준위의 행위는 육사와 공사에서도 생도들에게 가르치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실수를 가급적 되살리고 싶어하지 않는 사고를 지닌 것은 미군도 여느 나라의 군조직과 마찬가지인 것같다. 인권단체들의 압력에 못이겨 지난해 8월 톰슨 준위에게 훈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하고도 군당국이 1년이 넘도록 집행을 미뤄온 사실이 들통났다. 미국인들은 어처구니 없는 군 당국의 경직성에 『역시 군대는 그런 곳이야』라며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때늦은 훈장을 받게 된 톰슨 준위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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