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외채에 따른 재정부담의 확대, 그로 인한 화폐의 평가절하, 정치적 불안요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시기를 둘러싼 내분양상 등은 한국과 멕시코가 처한 공통적 상황이다.양국은 이같은 동병상련속에 10, 11일 이틀간 멕시코시티에서 「한―멕시코 포럼」 창설 제1차 회의를 열었다. 「21세기 한―멕시코 협력방안」을 주제로 열린 이번 회의에서 양측대표들은 양국이 처한 일그러진 상황에 대한 원인분석과 대처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김정원)과 멕시코 국립대학원대학이 공동 주관한 이 포럼은 96년 에르네스토 세디요 멕시코 대통령의 방한과 올 6월 김영삼 대통령의 답방으로 조성된 친선분위기를 비정부 차원에서 더욱 공고히 하자는 취지에서 계획된 것이다.
「종속이론」의 종주국답게 서방 산업자본에의 종속가능성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멕시코는 OECD, 아태경제협력체(APEC), 세계무역기구(WTO) 등 관련 국제기구에서 만난 비슷한 처지의 한국을 미더운 파트너로 여기고 있다. 자신들의 아시아권 진출의 교두보로 생각하는 듯했다. 한국에는 멕시코가 중남미시장 진출의 전초기지로 제격이다. 특히 멕시코는 중남미의 유일한 비수교국 쿠바를 이어주는 훌륭한 가교역할을 해오고 있다. 당장 수교가 어렵기는 해도 주멕시코 쿠바대사관은 우리의 대쿠바 대화창구로서의 기능을 하고있다.
정계 학계 경제계 언론계 등 각계 인사가 우리 대표단으로 참가한 이번 포럼은 양국이 처한 긴박한 사정을 말해주듯 이례적으로 「정치」에 앞서 경제협력 문제로 시작됐다. 비정부대표들의 만남이어서인지 여느 공식적 모임보다도 훨씬 솔직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오갔다.
나웅배 전 경제부총리는 기조연설을 통해 『한―멕시코 양국은 21세기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한 잠재력이 큰 국가들』이라며 『비슷한 처지의 양국은 OECD 등 다자간 협력기구가 선진국 위주로 운영되는 것을 지양하기 위해 상호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치문제(주제발표 김관봉 경희대 교수)에 대해서도 양국대표들은 허심탄회한 토론을 벌였다. 정대철 국민회의 부총재는 『평화적인 정권교체야말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12월 대선에서 정권교체 희망을 강조했다. 신한국당의 이신범 의원은 『한국의 상황은 정권교체 못지않게 3김 청산 등 낡은 세대를 교체하는 일이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한국대표들이 한국정치 화제로 열띤 분위기를 만들어가자 멕시코대표들도 『우리의 2000년 선거는 야당의 분열상 때문에 정권교체가 불가능할 지 모르나 그 다음 선거엔 정권교체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맞장구쳤다.
당초 포럼의 실효성에 반신반의했던 양국의 주관처도 행사가 기대 이상의 열띤 토론과 생산적인 결론을 창출하자 퍽 고무된 표정이었다. 대표단의 예방을 받은 호세 앙헤르 구리아 외무장관은 내년 서울에서 개최되는 제2차 회의에 멕시코가 적극적으로 대표단을 파견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또 멕시코 정부는 내달 캐나다 APEC 회의 참석후 멕시코를 공식 방문하는 중국의 실권자 장쩌민(강택민) 국가주석을 맞아 한국과의 관계에서 이미 성공적인 결실을 검증받은 「포럼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이른바 「멕―중 포럼」의 창설이 그것이다.<논설위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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