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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이기 극복하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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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이기 극복하자(사설)

입력
1997.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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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는 어쩔 수 없이 대선과 관련된 불필요한 혼란과 국력의 낭비로 얼룩질 수 밖에 없다고 치자. 다만 어처구니없는 대선정국의 와중에서도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붕괴만은 막아야 한다.바깥세상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는데, 국내상황은 우리 사회의 시스템 자체가 과연 선진사회로의 도약을 위해 적합한 것인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품게 한다. 모두가 제 이익만을 주장하는데 이 갈등을 조정하고 통제할 권위체가 존재하지 않으니 게임의 룰이 지켜질 리가 없다.

금융실명제의 개혁취지는 어디로 갔는지 그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다. 현실론의 탈을 쓴 재계의 요구를 제어할 수 있는 힘이 사회 어느 곳에도 없는 것 같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법원과 검찰이 보여준 대립양상은 패싸움과 다를 바가 없으며, 금융개혁법안을 둘러싼 관련기관들 간의 싸움이 또한 그러하다. 선거철의 고질적 집단이기추구 행태는 외양만 세련되었을 뿐 그 정도는 더욱 심각해졌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속해 있는 어떤 집단이나 조직의 현상태에 불만이 있을 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대응방식은 크게 두가지이다. 어떤 학자는 이를 목소리높이기(Voice) 와 벗어나기(Exit)라고 이름붙인 바 있다. 목소리높이기란 적극적 참여를 통해 불만사항에 대한 시정을 스스로 시도하는 경우이다. 목소리높이기의 경우에도 서로 다른 목소리들에 대한 조정의 기능이 행해지지 않으면 그 요구의 범위와 강도가 무한대로 확장되면서 궁극적으로 그 시스템은 충족되지 못한 요구들의 상충에 의해 위기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우리 사회의 많은 갈등들도 무한대의 요구들간의 상충에 의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목소리높이기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집단에 대한 이해관계가 커야 하고 또 자신의 행위를 통한 시정의 가능성, 즉 희망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을 때 개인 행위자는 당연히 벗어나기, 즉 그 집단으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하게 된다. 그러나 그 집단이 국가인 경우에는 물리적 의미에서의 탈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경우에 일어나는 현상이 심리적 이탈인데 현재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냉소주의적 태도가 바로 이 심리적 이탈의 대표적인 형태이다. 현재 우리는 시스템 붕괴의 위험신호 속에 살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위기상황에서의 성공적 탈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게 국민의 지지와 동참이다. 그리고 국민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가지 요소가 있어야 한다. 첫째, 공동체의식의 복원이 필요하다. 둘째, 비전과 희망이 제시되어야 한다. 셋째, 이해관계조정의 규칙은 분명하고 또 엄격히 강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될 때 적절한 요구들이 정당한 과정을 거쳐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원리로 채택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위한 판짜기야말로 정치의 영역이 담당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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