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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엘니뇨 금세기 최악 기상사건/가뭄따른 동남아 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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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엘니뇨 금세기 최악 기상사건/가뭄따른 동남아 산불

입력
1997.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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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미 강타한 허리케인/칠레 덮친 10년만의 대홍수/남미 5개국 비상사태 선포/피해 최소화 위해 다각 노력올해 엘니뇨는 금세기 들어 가장 맹렬한 것이다. 피해규모도 천문학적인 수치에 달할 전망이다. 태평양 인접 적도 부근 국가들은 엘니뇨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이들 국가들은 벌써 이 「못된 소년(스페인어로 「소년, 아기 예수」의 뜻인 엘니뇨를 비유한 말)」의 장난으로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

올 들어 엘니뇨로 인한 가장 치명적인 피해사례는 인도네시아의 화재. 비가 많은 동남아를 덮친 이상가뭄으로 열대성 강우(스콜)가 뚝 끊기는 바람에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지금까지 산불로 40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식량부족으로 9만명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 또 산불 연기가 퍼지는 바람에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전체가 대기오염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파푸아뉴기니에서는 최악의 가뭄사태로 100만명이 아사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에는 엘니뇨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막강한 사이클론의 공격으로 방글라데시 남부에서 수십명이 목숨을 잃고 300여명이 실종됐다.

태평양 서안이 한발로 막대한 피해를 보는 동안 원래 건조한 지역인 태평양 동쪽에서는 「물난리」를 겪고 있다. 10년만의 대홍수를 맞은 칠레에서는 18명이 사망하고 6만여명이 보금자리를 잃었으며 들쥐의 이상번식으로 전염병이 번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9월 막강한 허리케인 「노라」가 캘리포니아를 강타, 피해를 냈으며 지난달에는 폭우를 동반한 허리케인 「폴린」이 멕시코 아카풀코를 덮쳐 2,000여명이 실종됐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82, 83년의 엘니뇨로 큰 타격을 입었던 페루는 6월 24개주 중 9개주에 엘니뇨 비상사태를 선포, 이상기후에 대처하기 위한 태세를 갖췄다. 뒤이어 볼리비아 등 남미 5개국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도 「엘니뇨 경고」를 내리는 등 경계의 고삐를 단단히 조이고 있다.

엘니뇨 발생지역에 근접한 미국도 마찬가지다. 엘니뇨로 인한 폭우 피해에 시달려온 미국 서부 지역 주 지도자들은 지난 10월 「엘니뇨 대책 정상회의」를 소집했고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특별예산 7억5,000만달러를 홍수대책에 배정했다.

장난치고는 너무 가혹한 「못된 소년」의 돌팔매가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김경화 기자>

◎82∼83년 피해 12조원·사망자 2,000명/‘종주국’ 페루 3,300㎜ 호우 국내총생산 12%나 급감/우리나라도 이상저온 보리·벼농사 큰 차질

엘니뇨는 1950년 이후에만 14차례 정도 발생했다. 그러나 엘니뇨가 엄청난 기상재해의 주범으로 주목받은 것은 82, 83년 전세계에 기상이변이 엄습하면서였다. 82, 83년의 엘니뇨 현상은 지구 곳곳에 가뭄과 산불, 홍수와 허리케인과 같은 기상재앙을 몰고와 피해액만 약 11조 7,000억원에 사망자 2,000명에 이르는 막대한 피해를 가져왔다. 82년 겨울 미 중서부 지방에는 폭설을 동반한 한파가 밀어닥친 반면, 동부지방에는 이상고온 현상과 홍수가 발생해 막대한 인명과 재산 손실을 끼쳤다. 인도 북부지방에는 때아닌 혹한이 계속되어 수십명이 얼어 죽거나 굶어 죽었다. 심지어 남극에서 비가 내리고 모스크바에서는 기온이 영상 27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는 「엘니뇨 종주국」 페루였다. 연평균 강우량이 150㎜에 불과했던 페루 북부 지역에 무려 3,300㎜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반면 남부 지방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한류성 어류의 최대 어장 중 하나인 페루 연안에서는 난류성 어류가 출몰하는 등 어류 생태에 변화가 생겨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페루는 82, 83년의 엘니뇨 현상으로 국내 총생산(GDP)이 12%나 떨어지는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82, 83년의 엘니뇨 현상은 우리나라 기후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기상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83년 여름에는 태풍발생이 기록적으로 줄어들어 당시 평균발생 건수 27개에 비해 무려 8개나 감소했다. 그해 겨울에는 평년 기온을 크게 웃도는 이상난동 현상이 계속돼 예년에 비해 평균 2∼8도나 높은 「따뜻한 겨울」을 기록했다. 반면 이듬해 봄철에는 거꾸로 이상저온 현상 때문에 각종 작물이 생육부진을 빚는 바람에 보리수확량은 예년에 비해 20% 이상 감소했고, 못자리 설치도 늦어져 벼농사에 큰 차질을 빚었다.

86∼88년에는 82, 83년 못지 않은 엘니뇨가 발생, 방글라데시가 홍수로 전국토의 80%가 물에 잠기는 등 세계 각국이 기상재해에 시달렸다. 88년에는 우리나라도 40년만에 태풍없는 해를 기록했다. 연 강우량도 예년의 60%로 심한 강우량 부족사태를 빚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2년째 계속되고 있는 북한 가뭄과 그로 인한 흉작, 남부지방 일원의 극심한 겨울 가뭄도 엘니뇨 현상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황동일 기자>

◎세계 관측소들의 전망/피해규모 82∼83년 수준/내년봄까지 현상 지속/동남아 당분간 비 안내려

미 대륙은 엘니뇨의 직접 피해지역이다. 이때문에 엘니뇨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상대적으로 활발하다. 이번 엘니뇨에 대한 관측 역시 이 지역에서 가장 많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주요 예보기구들은 이번 엘니뇨에 대해서 두가지 공통된 관측을 하고있다. 적어도 지구촌에 엄청난 피해를 몰고왔던 82, 83년 수준은 된다는 점과 이 현상이 내년 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선 유엔세계기상연구프로그램은 『97, 98년 엘니뇨는 금세기 최대의 「기상 사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엘니뇨가 이미 상당 수준 발달, 남미 연안에 막강한 영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볼때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미국 국립환경예보센터(NCEP)도 『이번 엘니뇨는 15년만에 최악이 될지도 모른다』며 『엘니뇨가 내년 3, 4월까지 6개월 이상 장기적 피해를 지구촌에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은 『적도지역 해수면을 관찰한 결과 57년과 72년의 엘니뇨때 보다 더 큰 폭의 온도상승이 포착되었다』며 『이같은 고온화 현상은 사상 최대의 피해를 가져온 82, 83년의 엘니뇨와 맞먹는 수준으로 12월부터 내년 5월사이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지역에 당분간 비가 내리지 않을 것 같다』며 『엘니뇨가 몬순세력을 밀어내는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미항공우주국(NASA)제트추진연구소의 전망은 좀더 구체적이다. 이 연구소의 리렁 후 박사는 『두개의 위성을 통해 수집한 자료를 검토한 결과 태평양상에 엘니뇨가 사상 최대로 발달해있다』고 밝혀 각 연구소의 예측을 뒷받침했다.

후박사는 『거대한 더운 물층이 적도부근 동태평양을 채워 그로인해 수면이 평상시보다 15㎝나 높아졌고 미대륙 인근 해안의 수면은 평소보다 무려 25㎝나 높아졌다』며 『난수층으로 뒤덮인 수면의 규모는 미대륙의 1.5배에 이르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후박사는 또 『이로인해 동태평양지역 수면으로부터 12㎞ 고도에서 대형 수증기층이 형성되는 것이 감지됐고 이 수증기층이 하와이지역의 열대성 습기와 합쳐져 미국 남서부지역으로 이동하면서 강한 피해를 주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조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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