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팔면 가격구조 파괴된다” 화랑계 발끈/일부선 덩달아 가격인하,새치기장사까지「사일런트 세일」은 소란했다. 한 화랑의 「15주년 감사 세일전」을 두고 기존의 가격구조를 고수하려는 화랑계가 발끈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3일 끝난 국제화랑의 「사일런트 세일(조용한 판매)」전은 우리 미술품 매매구조가 여전히 심각한 이율배반성을 갖고 있으며, 적어도 당분간 이런 구조가 계속되리란 확신을 심어준 「해프닝」이었다.
국제화랑이 소장품 일부를 20∼50%씩 할인한다는 보도가 나가자 화랑가에서는 먼저 『가격구조를 파괴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막상 가격이 공개되고 물방울 작가 김창열씨의 작품이 4,500만원에 호가되자 이 작가가 소속된 H화랑이 유사한 작품을 이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제시, 결국 거래가 무산됐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국제화랑은 원래 고가에 거래되는 몇몇 작고화가의 작품을 여러 점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랑측은 이에 대해 15년간에 걸친 수집의 결과이며 『복리로 은행에 예치하는 것보다 오히려 손해』라고 주장했다.
한국화랑협회(회장 노승진)는 14일 이사회를 소집, 국제화랑 징계문제를 논의하려 했으나 성원미달로 회의가 연기됐다. 하지만 미술계관계자들은 국제화랑의 처신에도 문제가 있지만 경쟁화랑들도 「할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국제화랑이 세일을 시작하자 다른 화랑서 덩달아 가격을 인하, 「새치기 장사」를 했다는 것은 깎아 팔아도 장사가 된다는 얘기다. 또 가격구조 개선에 전혀 관심이 없다가 다른 화랑이 「구조조정」을 시작하자 비난하기 시작한 것도 떳떳치 못한 행동이다.
화랑에선 대개 그림가격표를 붙이지 않는다. 그러나 어차피 팔리는 예술품 이라면 「일물일가」의 기본적인 룰은 지켜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작품당 정찰제가 시급하다. 정찰제 정착없이는 작품수준과 상관없이 작가가 「1호에 얼마」하는 식으로 값을 책정하는 「호당가격제」, 고객에 따라 그림값을 깎아주는 「이중가격제」의 폐해는 고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박은주 기자>박은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