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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문화는 동아시아 종합판/동아세아 음식문화 국제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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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문화는 동아시아 종합판/동아세아 음식문화 국제학술대회

입력
1997.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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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음식문화는 세 갈래 길을 통해 들어온 동아시아 각지의 음식문화를 「자기화」한 결과물이다. 쌀 문화를 바탕으로 한 한국은 서남아시아의 오이 참깨 호박 호도 수박 포도 참외 등을 실크로드(비단길)를 통해 받아들여 식탁을 살찌웠다. 이와 함께 몽골지방으로부터 초원길을 통해 고기를 이용한 탕 찜 만두 순대같은 음식을 받아들였고 남방문화권으로부터 후추 계피 박하 커리 등 각종 향료와 양념을 받아들여 맛갈진 한국음식을 탄생시켰다』한국일보사, 한국민족학회, 한양대 민족학연구소 공동주최, (주)정식품 협찬으로 14, 15일 이틀간 한양대에서 열리는 「동아세아 음식문화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6개국 15명의 학자들이 도달한 결론이다. 말하자면 한국의 음식문화는 동아시아 음식문화의 「종합전시장」 이라는 것이다.

이 대회에는 한국에서 한양대 조흥윤·김천호 교수, 대전보건대 김상보 교수, 정식품 정재원 회장 등 7명, 중국에서 베이징(북경) 중앙민족대학 김병호 교수 등 3명, 일본에서 나고야대 마쓰시다 사토루(송하지) 명예교수 등 2명, 붕 시안틴 베트남민족연구소 연구원, 몽흐체체크 주한몽골대사 부인, 파딜 오엔질 인도네시아 안달라스대 교수 등 일급 연구자들이 발표자로 참석했다.

주요 발표논문을 요약, 소개한다.

■조흥윤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정성이 창조한 한국 맛의 언어-잔치음식과 발효음식」

한국음식의 특징은 축제, 발효, 정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 음식문화의 축제·잔치적 성격은 문화의 저변에 깔려있는 무와 굿의 음주가무와 직결돼 있다.

동북아시아에 널리 퍼진 샤머니즘은 형식을 달리하면서 한·중·일 3국에서 각각 다른 의례음식으로 표현됐다. 두번째 특징은 술, 젓갈류, 장류, 김치 등 발효음식이 발달했다는 점. 그리고 우리 음식문화를 관통하는 정신은 정성이다.

■마쓰시다 사토루 나고야대 명예교수: 「동아시아 음식문화의 공통언어로서의 차」

차문화는 동아시아 전역에서 물질과 정신을 지배한 가장 대표적인 음식문화이다. 중국 한나라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차는 위진남북조시대부터 중국인의 생활필수품이 됐고 당·송나라때는 녹차가, 명대에는 홍차가 유행했다.

한국에는 삼국시대에 불교와 함께 전래돼 고려시대에는 차를 마시는 의식이 국가의례로 자리잡을 정도로 번성했다. 일본에는 1191년에 들어와 불교의식에 널리 사용되다 다도문화로 자리잡았다.

■몽흐체체크 주한 몽골대사 부인: 「한국 육식문화의 뿌리와 몽고」

몽골인은 「차강이데(하얀 음식)」와 「올랑이데(붉은 음식)」라는 두 가지 음식패턴을 갖고 있다. 5∼10월 가축의 젖을 짜는 기간에는 주로 하얀 유제품을 먹고, 젖이 없는 겨울에는 고기를 먹는 삶의 양식이다. 유제품 발효, 육류 가공, 장기보존법 등은 몽골의 영향이다. 구체적으로는 탕과 찜요리, 의례용이나 술안주로 정착한 육포와 어포, 만두와 순대 등이 몽골에서 유래한 음식이다. 도살법의 발전은 고기뿐 아니라 내장 뼈 꼬리 머리 등 가축의 전부위를 음식으로 만들 수 있게 했다.

■파딜 오엔질 인도네시아 안달라스대 교수: 「코코넛의 음식예술 인도네시아 남방음식의 특징」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이슬람권의 음식문화를 살피는 데 있어 ▲생태환경에 적합한 생계수단의 확보 ▲사회적 신분의 구별 ▲종교적 가르침 등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생태환경이 음식문화의 중요한 결정요인이란 사실은 이 지역 코코넛 음식문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코코넛은 열대성 기후에서 가장 유용한 음식이다. 동남아 이슬람권에서는 코코넛이 식물성 단백질과 지방의 공급원이자 술의 재료로, 식기의 재료로 사용된다.

■김상보 대전보건대 교수: 「밥과 국의 언어: 동아시아 음식문화」

쌀농사가 경제적 토대가 된 동아시아의 음식에는 중국 한국 일본을 막론하고 국과 밥이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고대 중국 주나라때 정비된 식사예법에 상차림은 정찬과 가찬으로 했다.

둘 다 밥과 국이 한 세트가 되는데 정찬에는 초장 소금절임 야채 육젓 술을 반드시 놓고 차조밥 곰국 생선회 육회로 가찬을 삼았다. 지금도 세 나라에서 국과 밥은 음식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공통요소다.

◎동아시아 4개국의 대표적 전통음식·식습관

■말레이시아 사테

사테는 말레이시아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산양이나 닭고기, 소고기를 향료와 조미료를 섞은 소스에 담가두었다가 불에 구운 다음 땅콩소스를 바른 것이다. 오이나 양파를 얇게 썰어 곁들이면 맛이 일품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오른손으로 식사하는 것이 관습이어서 왼손잡이도 오른손으로 밥을 먹어야 할 정도다. 밥을 먹을 때는 손가락만 이용해 밥과 반찬을 섞어서 먹는다. 또 여성은 식사 도중에 접시를 바꾸거나 자리를 떠나지 않는데 이는 그렇게 하면 남편과 이혼하거나 사별하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엌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금기다.

■태국 톰얌쿵

톰얌쿵은 한국의 국처럼 일상화된 태국의 대표적인 국(수프)이다. 먼저 닭고기 육수를 펄펄 끓인 다음 갈랑가(생강), 라임 잎, 레몬 그라스를 넣고 조린다. 조린 국물에 젖갈이나 소금으로 간을 하고 버섯, 새우 등을 넣어 푹 익힌다. 톰얌쿵은 보통 밥이나 다른 음식과 함께 먹는다.

태국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조미료는 남플라와 가피. 남플라는 생선으로 만든 젖갈로 간장처럼 쓰이고 가피는 새우나 보리새우를 으깨어 발효시킨 것이다. 태국인들은 면을 먹을 때도 젓가락과 숟가락을 같이 쓴다.

■파키스탄 시스케밥

시스케밥은 양고기구이로 난과 함께 파키스탄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우선 양고기를 곱게 간 다음 각종 양념을 섞은 복합양념 마샬라를 넣고 손으로 반죽해 어묵모양으로 만든다. 이것을 쇠꼬치에 꽂아서 진흙항아리 탄두리에 넣고 숯불로 구워내면 시스케밥이 된다.

난은 파키스탄인들의 주식인 빵으로 밥보다 더 일상적인 음식이다. 밀가루 계란 우유 설탕 소금 등을 잘 반죽해 탄두리에서 구워낸다. 닭 껍질을 각종 양념과 요구르트를 섞어 만든 가람 마샬라에 절인 치킨 탄두리도 대중적인 음식이다.

■베트남 넴

베트남의 대표적 전통음식인 넴(또는 짜오)은 우리 튀김만두와 비슷하다.

기름을 뺀 돼지고기를 잘 다진 다음 버섯 당근 파 등을 잘 썰어 쌀을 빚어 얇은 종이처럼 만든 바인차이에 말아 식물성기름에 튀겨낸 것이다. 넴은 베트남을 식민통치한 프랑스를 통해 유럽에도 널리 소개됐다.

베트남에서 국수를 먹을 때는 젓가락과 숟가락 두 가지를 다 사용하며 소리를 내지 않아야 한다.

국수그릇을 식탁에서 들어올리거나 그릇에 입을 대고 국물을 마시는 것도 결례이다.<서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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