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자율성은 높아졌으나 “제한된 독립”/금감원은 당분간 「한지붕 네가족」 불가피금융개혁법률안이 국회통과될 경우 금융제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 감독기관간 모호한 업무구분으로 책임소재조차 불분명했던 금융정책은 앞으로 ▲전반적 정책수립은 재정경제원 ▲통화신용정책은 한국은행 ▲감독업무는 금융감독원 등 확연한 삼각체제로 전개될 전망이다.
◆통화신용정책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금통위 의장을 지금까지는 재경원장관이 겸임했기 때문에 통화신용정책의 실질적 결정권도 재경원에 있었다. 그러나 금통의장을 한은총재가 맡음에 따라 한은은 재경원의 직접적 지시를 받지 않아도 된다. 특히 재경원장관의 의안제안권, 재경원장관·한은총재간 정례협의 등 간섭장치들이 크게 제거돼 한은의 자율성은 높아지게 됐다.
그러나 「정부밖의 중앙은행」은 아니다. 통화정책은 반드시 정부의 경제정책에 「협조」해야 한다. 또 재경원은 「금통위 멤버십」을 상실했지만 금통위 발언권, 금통위원 추천권, 재의요구권 등 한은의 독주를 제어할 장치를 갖고 있다. 통치권자에도 맞서는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이나 독일 분데스방크의 역할을 한은에 기대하기는 어렵다.
자율적 통화정책의 관건은 중앙은행 권위에 있다. 지금까지 한은의 권위는 잘된 통화정책이 아니라 「말안듣는」 은행을 제재할 수 있는 권한, 즉 은행감독원의 「감독권」에서 나온게 사실이다. 은감원 분리로 더이상 감독권에 의존한 통화정책을 펼 수 없는 한은으로선 통화관리만으로 중앙은행의 권위를 세워야 하는 중요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금융감독
지금까지 금융감독은 무려 5개 기관에서 이뤄져 왔다. 증권 투신은 증권감독원, 보험은 보험감독원, 종금과 상호신용금고는 은감원과 신용관리기금, 심지어 은행안에서도 은행계정은 은감원, 신탁계정은 재경원으로 감독기관이 갈래갈래 찢어져 있었다.
앞으로 금융기관은 금감원의 검사감독만 받게 된다. 한국은행과 예금보험공사가 자료제출 및 검사요구를 할 수 있지만 금감원의 참여 없이 단독검사는 불가능하다. 소비자와 금융기관간 분쟁조정도 금감원이 맡으며 계좌추적업무도 금감원에서 이뤄진다. 금융기관설립인가만 계속 재경원이 담당한다.
감독기구통합의 최대 기대효과는 감독업무의 책임소재가 명확해졌다는 점이다. 과거 대형 금융사고에서 재경원과 한은, 각 감독기관이 보여준 「책임떠넘기기」모습은 더 이상 재연되기 어렵다. 중복검사의 폐해도 개선될 전망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당분간 4개 중간감독기관이 병립하는 「한지붕 네가족」형태의 파행운영이 불가피하며 권한집중에 따른 「권력도구화」도 우려된다.
◆외환정책
지금과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정책의 권한과 책임은 계속 재경원에 있으며 한은은 「시장참여자(개입주체)」로서 정부의 환율·외화여수신·포지션설정 등 정책에 협의기능만 담당한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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