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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권도 없으면서…/윤석민(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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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권도 없으면서…/윤석민(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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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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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권도 없는데 뭘 그리 큰 관심을 갖습니까』부임 인사차 만난 뉴욕의 한인마다 꺼내는 첫 질문은 우리의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것이다. 통성명만 마치면 대뜸 대선의 향방부터 묻고 들어간다. 한달여 남은 대선에 대한 높은 열기와 관심은 이곳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고국을 가장 최근에 떠나 온 탓에 기자에게는 그들에게 뜨끈한 소식을 전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답변은 솔직히 『모르겠다』이다. 이러한 상황을 지레 짐작하고 출국 전 나름대로 큰 관심을 갖고 대선 판도를 지켜보았으나 그 사이의 많은 사건이 분석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놓았다. 앞으로 무엇이 돌출할 지도 모를 일이다. 막상 모른다고 대답했지만 기자의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갖다 붙인게 『투표권도 없는데…』라는 군더더기 말이다. 그러면 대부분은 말을 잃고 만다.

사실 국민의 신성한 의무이자 권리인 투표권을 상실한 해외 거주인들의 박탈감은 크다. 「행정 편의만을 고려한 직무유기」라고 정부를 향해 성토 일색이다. 한 재외인사는 『정부가 아직도 해외 교민의 성향이 반정부, 반여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그는 『이제 여당이 어디 있습니까』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교민들도 지지 후보에 대해 다양한 선호를 보이고 있다. 교민사회에서 요즘 성행하고 있는 모의투표를 지켜보면 한국에서의 여론조사와 거의 같은 결과가 도출된다. 하지만 이들에게 선거권은 없다. 열심히 고국에 전화라도 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고작이다.

이에 대한 담당 기관의 해명도 설득력이 없지 않다. 한 관련 당사자는 『우리 선거가 좀 많습니까』라고 오히려 하소연이다. 한국인들이 오대양 육대주 중 안 뻗어있는 곳이 없는데다 선거도 대선을 비롯해 총선, 자치단체 선거 등 제각각이다. 한마디로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문제이다.

지난 4일은 미국의 선거일이었다. 대통령선거와 함께 4년마다 치르는 대선거와 2년마다 상원 의석의 3분의 1과 하원을 갈아 치우는 중간선거를 비켜간 작은 선거일이었지만 뉴욕시장과 몇개 주지사 및 지자체의원의 선거가 한꺼번에 몰려 치러졌다.

이날 재외 한인들은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미르에 머무르고 있는 미국인 우주인이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을 부러운 눈으로 지켜봤다. 『선거라는 참여행위는 교민사회와 고국을 하나로 이어주고 묶어주는 끈입니다. 대선만이라도 참가해 봅시다』 재외국민의 짙은 바람이다.<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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