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누굴 만나든 인사끝에 던지는 질문이 하나같다. 『누가 될 것 같으냐』, 아니면 『누굴 찍어야 되느냐』다. 『요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느냐』도 원하는 답변은 결국 같은 것이다. 물론 대통령선거 얘기다.점심때 신문사근처 식당에서 마주치는 직장인들의 화두도 한결같다. 처음 들어보는 요상한 「정치 시나리오」까지 들먹이며 정국을 요리해댄다. 사람좋은 택시기사를 만나 이런저런 살아가는 얘기에 죽이 맞다가도 결국은 또 그쪽으로 대화가 흐른다. 하긴 요새 우리네 신문들에 실리는 칼럼들도 십중팔구는 자기 전문분야와 별 상관없는 정치평론들이니 남 얘기 할 것도 아니다.
그러나 단언컨대 정치얘기만큼 부질없는 것은 없다. 언제 정치가 우리살림에 크게 보태준 적이 있었던가. 나라의 힘을 모으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정치의 기본역할에 대해서는 이미 기대를 버린지 오래이다. 정치란 것이 그저 하루하루 성실하고 평온하게 살려는 사람들을 오히려 정신산란하게만 하지않아주면 고마울 따름이다.
더구나 요즘같이 대선후보들을 중심으로 한 정치얘기는 더욱 부질없다. 일찌감치부터 그들에 대해 온갖 볼 것, 못볼 것을 다 봐버린 마당이다. 자질이나 경력, 생각 등에 대해 새삼스레 더 알아야 할 것도 없다. 그들이 내놓는 정책이란 것도 다들 공자말씀 같은 원론적인 것들이어서 딱히 화제로 삼을 만한 것을 찾기 힘들다. 그러므로 잠자코 있다가 그때가서 기권하지만 말고 한표 찍으면 될 일이다.
때가 때라서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 몇년전 미국에 있을 때 손바닥 만한 교포사회에 본국의 정치 뒷얘기를 다루는 주간지가 10여종이나 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교포들의 화제도 매양 그것이었다.
그야말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정치적 관심도로 보자면 우리의 정치수준은 지금쯤 웬만한 선진국들을 저만큼 따돌렸어야 옳다. 그렇지 못한 것은 그 관심이 건강치 않기 때문이다. 솔직히 주말 인기가요나 프로야구 순위, 혹은 연예인의 가십성 동정 따위에 흥미를 보이는 양태와 크게 다르지않아 보인다.
그러나 정신차리고 한번 둘러보라. 한반도주변 4강국의 심상치않은 합종연횡 움직임같은 거창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좋다. 생계를 위협하는 경제상황을 비롯해 당장 가정의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 온갖 사회문제들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정작 모두가 관심을 갖고 머리를 맞대 고민해야 할 것은 이런 것들이다.
그러니 여러분, 뻔한 정치얘기 이제 그만 좀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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