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 유언 사실로 확인/1926년 미 동포신문 발견

◎“한·일 병합조약은 강압… 이사실 널리 알려라”대한제국의 마지막 융희 황제(순종)가 1910년의 「일제강제병탄」조약이 강압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파기돼야 한다는 요지의 유조(임금의 유언)를 남겼던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서울대 국사학과 이태진 교수는 융희 황제가 1926년 4월26일 붕어직전 시종인 전 궁내부 대신 조정구씨에게 이같은 유조를 구술했고 유조는 2개월여 뒤인 7월8일자 미국 샌프란시스코 동포신문 「신한민보」에 보도됐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융희황제가 유언을 남겼다는 설은 있었으나 실제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융희황제는 유조에서 『지난날의 병합 인준은 강린(일본을 지칭)이 역신의 무리와 더불어 제멋대로 만들어 선포한 것』이라며 『백성들로 하여금 내가 한 것이 아니라는것을 알게 하면 이른바 병합인준과 나라를 양도하는 조칙은 저절로 파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제는 또 『이제 병으로 죽게된 마당에 이 말을 하지 않고 죽으면 눈을 감을 수 없다』며 조씨에게 이같은 사실을 널리 알려줄 것을 당부했다. 융희황제는 한일합방 후 숨질 때까지 17년간 일제에 의해 창덕궁에 유폐됐다. 이교수는 95년 한일합병 조약 비준서에 해당하는 칙유문에 융희황제의 수결(자필서명)이 빠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황제가 서명을 거부하자 일제는 행정사항 결재용 어새(임금의 도장)를 찍어 칙유문을 날조했다고 주장했었다.<윤순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