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저강도 불구 독자행동도 가능【유엔본부=윤석민 특파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2일 하오(한국시간 13일 새벽) 미국인들을 유엔 특별위원회(UNSCOM)에서 제외하려는 이라크를 비난하고 이라크 고위관리들의 해외여행 금지 제재조치를 골자로 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안보리는 또 이 결의안에서 91년 쿠웨이트 침공이후 대이라크 경제제재조치 해제를 위해 6개월마다 실시하는 정기조사를 중단하고 이라크가 무기사찰의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추가 제재조치」를 취할 것임을 밝혔으나 러시아 프랑스 등의 반대로 군사력을 사용하겠다는 내용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유엔을 방문중인 이라크의 타리크 아지즈 부총리는 이 결의안에 대해 『이라크는 자국에 가해진 새로운 안보리의 제재조치를 비난하고 거부한다』면서 『이 결의안은 자신의 적법한 권리를 수호하기로 한 이라크를 겁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빌 클린턴 행정부는 유엔 안보리에서 대이라크 제재 조치가 만장일치로 통과된데 대해 만족감을 표시하고 이라크가 앞으로도 계속 무기 사찰을 거부할 경우 무력을 사용할 수 있음을 거듭 천명했다.
이날 채택한 대 이라크 제재결의안 1137호는 내용보다는 형식과 절차에 치중한 15개 이사국간 타협의 산물이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91년 유엔 결의에 따른 무기사찰을 거부하는 이라크를 집단 규탄함으로써 걸프 지역의 전운은 한층 짙어지게 됐다.
이번 결의안은 내용면에서 일견 미미해 보인다. 핵심인 『UNSCOM의 활동을 방해하는 이라크관리의 여행금지 조치』는 제재 효과면에서 저강도수준이다. 또 경제제재 해제 검토를 중단한다는 내용도 6년간 버텨온 이라크에는 큰 타격이 아니다. 이와 함께 미국은 결의안 8항에 결의이행을 위한 무력사용을 삽입하고 싶었으나 프랑스 러시아 등의 반대로 「추후 조치」라는 표현으로 양보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 빌 리처드슨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결의안이 이빨을 갖고있다』고 강조했다. 영국과 함께 결의안을 공동 발의했던 미국은 이날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를 이끌어냄으로써 이라크 응징을 위해 필요한 명분을 구축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실상 지난달 23일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5개국의 거부로 제재안(1134호)을 통과시키지 못했던 미국이 필요했던 것은 국제사회의 지지였다. 현재 미국의 입장은 명확하다. 거의 연례행사처럼 되풀이 되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미국 흠집내기」를 이번 기회에 분쇄한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명분만 확보되면 동참하는 동맹국과, 아니면 독자적으로 이라크에 군사적 타격을 가했던 것이 이제까지의 관례였다. 따라서 이번 안보리의 이라크 규탄 결의안 채택은 미국에 「프리 핸드(재량권)」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분석이다.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이집트 케냐 등 이라크에 우호적인 이사국은 찬성은 했지만 미국의 강경 입장을 완화시킴으로써 앞으로의 실리와 체면을 유지했다. 이들 국가의 대표들은 표결에 대한 입장표명 연설에서 『추후조치는 외교적 수단이 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이날 안보리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미국이 이라크 문제를 들고 다시 회의장을 찾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이라크의 추후 행동에 따라 미국이 독자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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