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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국악음반 안내서 출간/노재명씨 ‘판소리음반 걸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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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국악음반 안내서 출간/노재명씨 ‘판소리음반 걸작선’

입력
1997.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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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의… 5명창’ 등 음반 34종 소개/2000년까지 민요 등 속간 합본 계획국악에 입문하는 가장 손쉬운 길이 음반을 듣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나서면 무엇을 들어야 할 지 막막하다. 서양 클래식음악은 음반안내서가 여럿 있지만 국악 쪽은 마땅히 도움될 책자 하나 변변히 없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국악음반 기획자 노재명(28)씨가 「판소리 음반 걸작선」(삼호출판사 발행)을 썼다. 한국음반사 90년만에 처음 나온 국악음반 안내서가 반갑기 그지없다. 노씨는 국악의 나머지 분야인 민속기악, 민요, 정악, 신작국악, 종교음악의 음반 소개서를 99년까지 차례로 내고 2000년 합본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판소리음반 걸작선」은 일제시대 판소리 5명창의 콜럼비아 유성기 원반을 복각한 「판소리의 전설 5명창」(LG미디어) 등 34종의 음반을 소개하고 있다. 이들 5명창이 그를 자칭 「국악 환자」로 만들었다. 그들과 같은 시대에 태어나지 못한 것을 한탄하다가 꿈에 만날 지경으로 병이 깊어졌다.

94년 국내 유일의 국악음반 전문기획사 명인기획을 차렸다. 그가 만드는 음반은 상업성과는 거리가 멀다. 팔릴만한 신작국악 같은 데는 눈도 돌리지 않고 지금 녹음하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질 위험에 처한 정통의 소리를 담는 데 몰두해왔다. 스스로 「사막에서 농사 짓기」에 비유하는 이 힘든 일에 매달리는 까닭은 「사라져가는 위대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국악이 곧 생활이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서구화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 우리 것을 버렸고, 역사의 굴곡으로 국악이 성장할 땅이 초토화하기도 했지요. 오늘날 국악은 산 너머로 해는 지고 노을만 간신히 남아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마지막 여운을 보면서도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릅니다. 조금 남은 뒷모습이라도 안타깝게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요』

마니아들도 처음에는 아마추어에서 시작해 전문가 뺨치는 수준에 오른다. 노씨도 그러했다. 고교생이던 86년 국악을 만났다. 헤비메탈과 재즈에 빠져 지내다가 『국악도 한번 들어볼까』 하고 음반을 기웃거린 게 그만 병이 됐다. 차비까지 탈탈 털어 낡은 판을 잔뜩 사들고 집까지 걸어간 적도 있다. 명인 명창을 찾아다니고 자료를 공부하고 옛날 판을 구해 들은 지 10년이 넘었다. 그렇게 모은 국악 음반, 비디오, 녹음테이프, 사진, 문헌 등 자료가 2만점에 이른다. 노씨는 이를 정리해 「국악영상·음반 100년 자료집」도 만들어 일반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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