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청둥오리 등 겨울철새 111종 550여만마리 천수만·만경강 등서 겨울나기/조류보호협,겨울내내 탐조여행가을걷이가 끝난 들녘에 떼지어 날아오는 철새의 군무는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접어드는 이즈음이 아니면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스산한 늦가을 하늘을 뒤덮는 처연한 소리는 그야말로 감각을 자극시킨다.
철새 도래지를 찾아 새의 습성과 상태를 관찰하는 「새보기 여행」은 외국에서는 일찌감치 생태여행의 한 분야로 자리잡았다.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조류학자 등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새보기 여행이 어린이에게 교육적 효과가 높고, 가족 나들이로도 좋아 일반인의 관심이 차츰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 겨울철새는 두루미, 재두루미, 쇠기러기, 청둥오리, 가창오리 등이 있다. 우리 조상은 새를 영물이라 해서 귀히 여겼다. 새는 사람보다 더 민감하고, 예지력이 뛰어나 환경의 변화와 인심의 변화를 재빨리 파악한다. 최근 환경부가 발표한 겨울철새도래 현황을 살펴보면 이를 더 분명히 알 수 있다. 환경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전국의 13개 주요 철새도래지역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결과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는 충남 서산시 천수만 일대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는 모두 111종. 이중 대부분이 천수만을 지난다. 이는 전체 겨울철새 550여만 마리 중 38.8%에 해당된다. 이밖에 아산만, 동진강, 만경강, 대호방조제 등이 새로운 철새도래지로 보고됐다. 서울 여의도 밤섬이나 행주대교―자유로―임진강 주변 오두산 전망대를 잇는 코스는 겨울철새를 관찰하는 새로운 생태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대표적인 철새도래지로 알려진 낙동강 하구 을숙도,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에서는 생태계 파괴로 철새들이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새관찰은 공원녹지나 강가 등에서 조류도감을 참조해 새를 관찰하면서 생김새와 이름, 습성 등 생태를 익히는 것으로 시작한다. 초보자는 탐조행사에 참가해 전문가의 도움말을 들으며 새에 대해 이해를 넓혀가는 것이 좋다.
한국조류보호협회(회장 김성만)는 매년 겨울철새 모이주기와 탐조회 행사를 벌인다. 올 행사는 이달 30일 시작해 내년 3월까지 이어진다. 협회는 전국 28개 지회를 두고 긴급구조, 먹이주기, 밀렵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지역별로 조류보호 초등학교를 지정해 지방에 사는 어린이를 서울로 초청, 조류탐험학교를 열기도 한다. 김성만씨는 『환경파괴로 매년 철새들이 돌아오는 숫자가 줄고 있다. 지난 2월 경기 파주에서 독수리 30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것이 발견됐다. 그만큼의 숫자가 돌아오려면 30년이 더 걸린다. 새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꾸준히 늘고 있어 다행이다. 특히 조류학교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밀렵꾼이나 다친 새를 제보 해오는 등 환경파수꾼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말한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에 있는 협회사무실 근처 한마음공원 내 용산조류방사장에서는 지난 3월 강원 철원평야에서 탈진된 상태로 발견, 치료를 받아온 독수리들이 요양을 하고 있다. 내달 7일 행사에는 독수리들을 다시 하늘로 돌려보내는 뜻깊은 행사가 있다.
한국조류보호협회의 탐조행사는 180명으로 인원 제한이 있다. 점심과 교통편은 무료이며 철새모이 구입비 5,000원을 내면 된다. 15일부터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본인이 직접 협회사무실에 가서 접수해야 한다(02―749―4747). 여행자클럽(02―278―0551)은 철도청과 공동으로 철새 탐조여행열차 프로그램을 마련, 12월 중에 내놓을 계획이다. 시민모임 두레(02―712―5812)도 23일 한강 하구의 겨울철새를 찾는다. 어린이자연교실(02―792―5812)은 내년 1월 일본의 대표적인 겨울철새 도래지 이즈미로 탐조여행을 떠난다.<김미경 기자>김미경>
◎탐조여행/빨강 등 원색 차림 피해야… 쌍안경은 필수
새관찰에는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새는 색깔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서식지 주변의 색깔과 대조되는 것이 어른거리면 먼 거리에 있더라도 곧 알아차리고 날아가버린다. 겨울철새를 관찰할 때는 빨간색을 비롯, 원색 차림은 삼가도록 한다. 숲속에서 새를 관찰할 경우 주변의 색깔과 비슷한 녹색이나 갈색 옷을 입는다. 설원에서 새를 관찰할 때는 흰색이나 회색 옷이 적당하다. 옷차림은 활동이 간편한 등산복에 목이 긴 운동화를 신는다. 탐조장소가 늪지나 개펄일 때는 장화를 따로 준비한다.
새관찰에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큰 소리를 내거나 잡담을 해서 새를 놀라게 하지 말아야 한다. 새의 후각을 자극하는 진한 화장이나 향수 사용도 삼가도록 한다.
쌍안경은 빼놓지 말아야 할 준비물. 7∼8배율의 레저 표준용품이면 무난하다. 카메라 전문점에서 5만∼10만원이면 구입이 가능하다. 야외로 나가기 전에 쌍안경으로 초점 맞추는 방법을 여러번 연습해두는 것이 좋다. 새가 앉은 자리의 밑에서부터 위로 움직여가며 렌즈에 잡는 것이 보통이다.
조류도감과 기록노트도 꼭 챙겨가도록 한다. 새를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발견장소, 시간, 개체수, 생김새, 나는 모습, 소리, 동작 등을 기록한다. 집에 돌아와 조류도감을 참조해가며 관찰달력을 만들어 두면 새와 친숙해지는데 도움이 된다. 탐조지역의 지도(5만분의 1)를 가져가 서식지와 분포상황을 기록해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카메라를 휴대할 경우 80∼100㎜ 정도의 자동카메라면 무난하다. 새사진을 전문적으로 찍으려면 400㎜ 이상의 망원렌즈를 준비해야 한다. 새사진은 전문가가 아니면 찍기 힘들다. 초보자는 풍경사진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김미경 기자>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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