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721―2302/금방 잡은 멸치회의 참맛/비린내 없이 야들야들한 살과 매콤새콤 양념조화 20년 ‘맛의 전통’부산의 대변항은 유명한 기장 미역과 기장 멸치, 그리고 아나고와 갈치의 집산지다. 특히 멸치와 갈치는 대변항 고유의 횟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대변항 멸치는 봄멸치와 가을멸치로 나뉘어 봄은 4∼6월 파시를 이룬다. 여름철은 잠시 쉬었다가 10월부터 다시 성어기를 이뤄 12월까지 이어지며 설을 맞으면서 일단 마감한다.
멸치는 봄멸치가 가장 기름지고 맛있다고 하지만 횟감으로는 역시 바닷바람이 상큼한 겨울산이 제격이다. 멸치는 웬만해서는 회로 내지 않는다. 그러나 대변항에서는 1년 내내 회로 먹는다. 금방 그물에서 털어낸 겨울멸치는 살아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살이 너무 여물어 잠시 덮어놓았다가 경상도 말씨로 「물콰갔고 살을 깐다」고 한다.
이곳 멸치회는 만드는 법부터 색다르다. 반짝이는 멸치는 양동이에 담아 잠시 덮어 씌워 잠을 재운다. 멸치는 워낙 빨리 상하기 때문에 잠깐 사이에 살과 뼈, 살과 비늘 사이에 물이 간다. 이때 손끝으로 머리부분을 잡고 손톱으로 쭉 훑어낸다. 살은 두 점으로 나뉘어지고 가시와 내장이 분리된다. 흐르는 물에 휘휘 헹궈 씻어내면 내장과 비늘, 가시는 다 씻겨나가고 투명하고 먹음직스런 살점만 남는다. 조리로 건져 면수건에 꼭 짜 접시에 담아 양념초장과 함께 내면 멸치생회가 되고 야채와 함께 초장에 무쳐 내면 무침회가 된다.
멸치살점은 워낙 부드러워 별로 씹을 것도 없다. 이상할 정도로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 상추에 얹어 쌈으로 먹거나 생미역에 싸서 먹는데 어떻게 먹든 별미다. 부드러운 살과 매콤새콤한 양념맛이 어우러져 일품이다.
어항 안에는 멸치회를 전문으로 하는 횟집이 20여호가 줄지어 있다. 겨울로 접어들면 제철을 맞는 갈치까지 성어기를 이뤄 회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어쩔줄 모르게 만든다. 회와 함께 나오는 생멸치국도 달고 부드러운 맛이 대변항에서나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어항 초입의 남항횟집은 멸치회와 갈치회 전문횟집으로 20여년이나 된 곳이다.
◎주변 명소/일출 아름다운 해운대 해수온천 등 초겨울 낭만
온통 붉게 타오르는 가을산에 반해 가으내 바다를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아침해도 너무나 차분한 모습에 우수가 깃들어 있다. 「침묵의 태양빛」이란 어휘가 떠올려질 만큼 파도 위로 밀려오는 햇살마저도 짙은 자주빛으로 무겁게 다가와 안긴다.
남향으로 열린 해운대 앞바다는 일년에 한번, 겨울철에만 일출을 볼 수 있어 더욱 인상적이다. 해변도 인파로 북적거리지 않아 아침바다 산책도 그만이다. 차갑게 얼은 몸과 마음은 천년 내력의 「해수온천」이 녹여준다. 송정과 대변항의 풍성한 횟감도 겨울바다의 우수와 쓸쓸함을 달래주는데 한몫 한다.
◎가는 길/해운대서 15분마다 버스
대변항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장읍에 속했으나 부산광역시로 편입되었다. 한반도의 동남쪽 모서리에 나앉은 지형 탓인지 앞바다는 조류가 빠르고 바닷물이 맑아 횟감도 육질이 단단하고 맛이 뛰어나다. 해안단애가 발달된 대변항 일대는 솟아오른 바위산들이 자연스럽게 해풍을 가려줘 천혜의 어항으로 손꼽힌다.
부산직할시로 편입되면서 달맞이고개를 넘던 길에 새로 터널이 뚫리는 등 길이 넓어졌다. 해운대에서 181번 시내버스가 15분 간격으로 다닌다. 서울에서는 고속버스보다 새마을호를 타고 가는 것이 좋다. 해운대에서 하루쯤 묵으면 겨울바다 여행과 함께 대변항 별미를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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