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회창, 국민회의 김대중,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 진영은 미디어선거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의 승부처가 홍보전에 있다고 보고 유권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메시지 개발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회창 신한국당후보는 조순 민주당총재의 경제전문가 이미지를 접목시켜 「깨끗한정치, 튼튼한 경제」를,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는 기존의 「준비된 대통령」에 DJT연대의 의미를 추가해 「화합과 안정의 정치」를 캐치프레이즈로 정했다. 이인제 국민신당후보는 젊은 패기를 내세워 「젊은 대통령, 일꾼 대통령」을 구호로 내걸었다.◎이회창/깨끗한 정치 튼튼한 경제/「클린이」 구축 “그래도 이회창” 접근
신한국당 홍보전략의 핵심은 조순 민주당총재의 이미지를 접목한 이회창 총재의 도덕성과 안정감을 부각하는 데 있다. 신한국당이 차기정권의 좌표로 설정한 「깨끗한 정치, 튼튼한 경제」는 이를 압축적으로 말해주는 슬로건이다.
같은 맥락에서 「정도」를 걸어가는 이총재의 「대쪽」 「법대로」 이미지도 그대로 살려 나갈 방침이다. 이를 통해 「권력나눠먹기 야합」이라는 일부의 비판을 받는 DJP연대나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의 경선불복과 탈당 등 다른 두 후보의 구시대적 또는 혼돈 이미지와 차별화한 이총재만의 이미지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스터 클린」 「미스터 저스티스」 「미스터 프로미스」 등 이총재에 대한 영어 애칭도 확정, 각종 홍보물에 게재할 계획이다. 최근들어 이총재가 공식행사에 푸른색 와이셔츠에 줄무늬 넥타이를 자주 매고 나오는 것은 깨끗하면서도 선이 뚜렷한 이미지를 국민에게 심기 위한 것이라는 게 홍보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유권자들의 정서에 호소하는 구호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92년 14대 대선에서 민자당이 「우리가 남이가」라는 슬로건으로 영남표 결집을 시도했듯 이번에도 국민들이 이총재와 정서적 일체감을 갖도록 하는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래도 이회창」이라는 표어가 대표적이다. 두 아들의 병역문제 등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DJP연대에 맞서 범여권을 결속하고 새정치를 구현할 사람은 이총재밖에 없지 않느냐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지역적으로는 부산·경남의 지지 유도와 충청권 지지세 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상대후보를 폄하하는 네거티브식 홍보전략도 아울러 구사하고 있다. 신한국당은 김대중 후보와 이인제 후보를 공격하는 내용의 당보를 연일 발행하고 있고 구전홍보자료도 전지구당에 배포했다. 구전자료중에는 DJP연대를 빗댄 『「돼지피」는 가라』, 이후보를 겨냥한 『「인제」는 그만』 등의 원색적 문구도 있다.<유성식 기자>유성식>
◎김대중/화합과 안정의 정치/DJT하모니 부각… 가교론도 준비
국민회의는 DJT연합 진용의 높은 「완성도」이미지를 집중 홍보한다는 계획아래 대선 홍보전략을 전면 재정비하고 있다. 김대중·김종필 총재와 박태준 의원의 경륜과 안정감을 최대한 부각시킬 수 있는 메시지를 부각시키겠다는 것이다. 김총재는 성공작으로 평가됐던 「준비된 대통령론」을 보완, 대체할 수 있는 새 캐치프레이즈를 개발하도록 홍보관계자들을 재촉하고 있다. 다른 후보들의 이미지 만들기가 본격화하기 전에 유권자들에게 확고한 인상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국민회의 홍보전략의 기축은 ▲준비된 대통령 ▲화합의 정치 ▲정권교체 등 세가지이다. 이에 따라 국민회의 관계자들은 『화합과 안정으로 국민이 편안한 나라로』 『준비된 대통령, 화합과 안정·번영』 등의 캐치프레이즈를 검토하고 있다. 실무진들은 세가지 메시지를 한데 담을 수 있는 구호를 만들어 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김대중 총재의 「준비된 이미지」에 김종필 총재의 안보 이미지, 박태준 의원의 경제능력을 더해 「DJT 정권」이 약점이 없는 안정된 정권이라는 점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경제불안, 대북정세 등에 대한 위기관리 능력을 과시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DJT연합이 수도권·호남, 충청, 영남등 각 지역이 골고루 참여한 세력이라는 점을 강조,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고 호소하기로 했다. 특히 영남지역에 대해서는 『영남이 만들어 준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메시지를 반복, 정서적 접근을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대구·경북(TK)지역에 대해서는 전두환·노태우 사면주장 등 화합론, 부산·경남(PK) 지역에 대해서는 민주화 투쟁 경력을 집중홍보하는 분리전략을 취할 계획이다. 국민회의는 또 세대 교체론에 대한 대항논리로 미국 민주당의 「뉴 브리지」론을 원용, 위기국면을 경륜과 경험이 있는 지도자가 담당한 뒤 새 세대로 넘어가야 한다는 「21세기 가교론」을 개발해 놓고 있다.<유승우 기자>유승우>
◎이인제/젊은 대통령 일꾼대통령/젊음·힘·희망의 메시지 개발 주력
이인제 국민신당후보의 대선 키워드는 「세대교체」다. 「정치의 명예혁명」은 같은 뜻의 다른 말이다. 이를 풀어서 슬로건으로 만든 것이 「세계는 젊고 강한 지도자를 원합니다」이다. 이것을 다시 온 나라의 화두인 경제문제로 환치하면 「지도자가 젊어야 경제도 젊어집니다」 「젊은 대통령, 일꾼 대통령」이 된다. 이후보 개인의 이미지 어인 강력함 추진력 건강함 비전 희망 등은 「젊다, 강하다, 희망이 있다」로 축약 표현된다.
이 모든 것은 이후보의 대선 홍보전략이 20∼40대를 주 타깃으로 삼고 있음을 말해 준다. 이후보가 창당대회에서 노트북 PC를 보며 연설을 한 것이라든지, 캐주얼 복장으로 대학로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신다든지, 젊은이들과 주말등산을 한다든지, 단축 마라톤 코스를 완주한다든지 하는 것도 이 연령층을 겨냥한 이벤트들이다.
국민신당의 김명룡 홍보실장은 『후보 자신의 상품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홍보팀이 별로 한 일도 없고, 딱히 할 일도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국민신당 홍보팀은 10월초에야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다. TV토론반 이벤트반 광고반 홍보물제작반 등 12명으로 구성된 홍보팀은 창당대회를 위한 준비작업을 하느라 이후보 개인을 위한 홍보에 전력을 기울일 처지도 못됐다고 한다. 홍보팀이 기본 개념을 제시하면 이후보 스스로 소화해내는 도리밖에 없었다는 게 김실장의 설명이다.
국민신당의 홍보 기본전략은 「두마리 토끼를 쫓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카리스마와 부드러움이란 상충되는 요구에 직면하면 카리스마를 택하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너무 경직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올백으로 넘긴 헤어스타일, 감청색 일변도의 복장, 변화가 거의 없는 넥타이 등 외모에서부터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말투에 이르기까지 딱딱한 이미지가 고착됐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변화를 가미하자는 주장도 제기됐으나 이후보 자신이 이 스타일을 선호해 「파격」을 시도하지 않고 있다.<홍희곤 기자>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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