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운(37)씨의 그림은 참 재미있다. 그래서 웃음이 난다. 하지만 웃다보면 슬며시 눈치를 보게 된다. 그 심각한 미술, 그 난해한 현대미술을 이렇게 우습게 그려도, 보아도 되는 것인가. 작가의 대답은 이렇다. 『화가가 그릴 수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지만 그의 그림은 너무 만화같고, 삽화같지 않은가. 그는 또 답한다. 『화가가 그릴 수 없는 방법은 없다』14일부터 30일까지 샘터화랑(02―514―5122)에서 전시를 갖는 최석운씨의 그림전에는 「어느 낙천주의자의 동화같은 이야기가 있는 그림」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부산대 미대 출신의 이 젊은 화가가 풍속도를 잘 그린다 하여 「현대의 단원」이라고 하는 이도 있다. 다소 과장된 듯 하지만 어쨌든 그의 세상보기는 참으로 재미있다.
노래방에서 열창하는 중년여성은 흥에 겨워 한쪽 어깨로 브래지어 끈이 보이는 줄도 모르고(「노래부르는 여자」), 짧은 치마 속이 보일까 치마를 붙잡고 앉아 있은 여성을 옆의 남자는 곁눈질하고, 또 다른 남자는 남자의 신문을 훔쳐본다(「지하철」). 우리 일상의 삽화이다.
사냥꾼이 제 등 뒤의 새를 못보고 총을 겨누고 있는 모습(「어떤 사냥꾼」)은 우매한 인생의 조롱이고, 넥타이를 맨 회사원이 막대를 넘어 공중으로 몸을 날리는 것(「높이뛰기」)은 우리를 목조르는 답답한 현실이다.
뿐인가. 담배를 씹어문 남자, 맥주만 들이키는 남자, 곁눈질하는 여자, 먹기에 바쁜 여자, 코 후비는 여자는 미술전 개막행사에 나온 다양한 인간의 모습(「파티」)이다. 평론가들은 그래서 그의 작품에서 골계미를 찾는다. 하지만 그 웃음의 미학의 원천은 지식인적 오만함이 아니라 세상을 보듬는 넉넉함이다.
그런 한심하기 짝이 없는 모습은 산뜻한 색채, 간결한 구도로 세상사를 거역하지 않는 독특한 삽화적 세계로 탄생한다.
사람 얼굴에 몰렸던 작가의 관심은 요즘 그가 사는 경기 양평 고송리 마을로 쏠렸다. 원근과 명암이 파괴되고, 하늘을 바탕으로 땅이 그려진 엉뚱한 구도 속에서 작가는 다시금 이 별볼일 없는, 그래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우리들」과 땅에 대한 연가를 부른다. 그가 속해 있는 세상은 무척 편해 보이는데, 그것은 그가 세상을 그렇게 보기 때문일 게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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