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0일 이번주로 예정됐던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과 헨리 셸턴 합참의장의 아시아 순방계획을 전격적으로 취소함으로써 이라크 사태에 대응하는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미국방장관이 해외순방을 이틀 앞두고 계획을 취소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첫방문지인 한국에서는 양국간 정례안보협의회(SCM)에 대표자격으로 참석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코언 장관의 순방취소는 미국이 이라크사태를 어느정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가를 짐작케한다. 코언 장관은 취소발표후 『대통령이 워싱턴에 남아달라고 요청했다』면서 『나와 셸턴 의장은 이라크사태가 끝날 때까지 대통령과 직통연락체제를 갖추고 있을 것』이라고 말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은 또 이날 이라크의 격추위협에도 불구, 정찰기 U2의 비행을 강행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이라크가 도발적인 행동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잘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그것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 의해 중단된 유엔무기사찰이라는 더 큰 이슈를 바꿔놓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경대응의지를 밝혔다.
미국은 이처럼 강력한 경고성 대응을 하는 한편 유엔이 이라크 관리의 해외여행금지를 결의하도록 상임이사국들을 설득하는 작업에 나섰다. 미국은 지난달 같은 결의안을 추진했다가 러시아 프랑스의 반대에 부딪쳤으나 이번에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이들 국가 외무장관들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협조약속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회에서도 공화 민주 양당이 모두 『행정부의 결정을 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혀놓은 상태여서 미행정부의 경고는 언제라도 구체적인 행동으로 바뀔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라크가 더이상의 도발을 하지 않는 한 즉각적인 군사적 대응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언 장관도 『후세인에게 충분한 경고가 전달됐을 것』이라며 다음 단계의 대응에는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다만 미국은 다각적인 압박작전을 통해 이라크의 추가돌발행동을 막고 유엔 무기사찰단에서 미국을 배제하라는 이라크의 요구를 백지화하려는 전략인 것으로 분석된다.<워싱턴=정광철 특파원>워싱턴=정광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