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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우 작 ‘봄날’ 전 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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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우 작 ‘봄날’ 전 5권

입력
1997.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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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광주’ 7,000매로 소설화/모든 상황 사실적 표현위해 시간·장소별로 일지식 구성/“화해와 용서를 말할정도로 우리 모두는 과연 떳떳한가”소설가 임철우(43·한신대 문창과 교수)씨가 80년 5월16일부터 27일까지, 광주민주화운동의 열이틀 동안을 소설화한 「봄날」(전 5권·문학과지성사 발행)을 마무리했다.

이제는 「역사의 장에 맡기자」거나 「화해」와 「용서」라는 단어가 그 사건을 이야기할 때면 앞서는 말이지만 어느 것도 쉽지는 않은 17년 전의 현실. 임씨는 『이 말들을 이렇듯 쉽사리 강요해도 좋을만큼 이 시대는, 우리들은 정말 떳떳한가』하는 반문을 소설화작업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그간 더러 「광주」를 문학으로 다룬 작가들은 있지만 당시 상황전반을 한 편으로 작품화한 것은 「봄날」이 처음이다. 가까운 역사, 결코 다루기 쉽지 않은 이 사건을 작가는 어떻게 소설화했을까.

임씨는 상황 자체가 그 어떤 소설적 인물이나 갈등을 압도하는 것이 바로 「광주」라는 것을 대전제로 했다. 그래서 『실제 벌어진 당시의 모든 상황과 정황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담아내려고 노력』하면서 그 방법으로 일지식 구성을 택했다.

원고지 7,000여매 분량의 소설 「봄날」은 열이틀간의 상황이 시간대별로, 특정 사실이 발생한 장소를 따라 기술된다. 이 단편적이고 부분적인 상황들이 하나의 모자이크 벽화 혹은 벽돌로 쌓아올려지면서 전체적 상황, 전체적 벽화가 만들어지도록 했다는 것이 작가가 밝히는 의도이다. 모두 50명 내외의 인물이 등장하지만 그중 시민군, 공수부대 하사, 대학생, 천주교 신부, 기자, 군 의무장교, 간호사로 설정된 주요 인물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임씨는 「광주」를 그의 작가적 원죄로 생각하고 있는듯했다. 『그 열흘동안 나는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몇 개의 돌멩이를 던졌을뿐, 개처럼 쫓겨다니거나, 겁에 질려 도시를 빠져나가려고 했거나, 마지막엔 이불을 뒤집어쓰고 떨기만 했을 뿐이다』 이렇게 고백하는 임씨는 5월을 생각할 때마다 내내 부끄러움과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고, 무엇보다 자신에게 화해도 용서도 해줄 수가 없었다. 「봄날」은 당초 88년 가을부터 계간 「문학과사회」에 연재되다 중단된 「불의 얼굴」을 모태로 한다. 이것부터만 쳐도 작가는 꼬박 10년을 이 작품에만 매달려 온 셈이다. 그러나 「광주」는 작가의 문학적 출발점이었다.

『고교 교사를 장래 희망으로 삼고 있었다. 그러나 80년을 겪으면서 문학은 자기만의 것이 아니며 「세상에는 전해져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임씨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사실을 재현한다는 생각으로 일일이 자료를 확인하고 소설을 한줄한줄 써 나가면서, 고통스런 기억의 반복체험이 얼마나 사람을 피폐화시키는 것인지 처음 알았다고도 고백했다. 새벽녘에 소설의 한 부분을 완성해놓고는 잠자던 아내를 깨워 읽히고, 그 내용의 끔찍함에 아내가 눈물을 흘리면 자신은 『그래도 제대로 썼구나』하는 생각에 안도하곤 했다는 것이다. 『이젠 너무나 지쳤다』는 임씨는 『행여 이 소설이 5월을 온몸으로 통과해온 많은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누를 끼치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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