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북부 코프체프스키가에 있는 「리온」시장은 우리의 동대문시장을 연상케 한다.다닥다닥 붙어 있는 두어평 남짓한 공간을 가득 채운 각종 의류와 신발, 장갑, 액세서리, 미로처럼 얽혀 있는 비좁은 복도, 물건 사이로 얼굴을 살짝 내밀고 있는 동양인, 떠들썩한 분위기 등. 물건을 고르는 러시아인들만 없다면 영락없는 우리의 도매시장 모습이다.
그러나 리온시장은 코리아타운이 아니라 차이나타운의 핵이다. 베트남인들과 공동으로 설립했지만 이 시장은 시장경제 도입과 함께 재빨리 러시아 땅에 뿌리내린 중국인의 힘과 근성을 보여주는 곳이다.
중국인 거주지역은 이 시장을 중심으로 「코프체보」와 「소콜」일대로 넓게 형성돼 있고 모스크바 남부 「오레호보」와 「차리치노」지역에도 있다. 이들은 규모의 크고 작음에 따른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부분 보따리 장사꾼이다.
장사꾼을 보호하는 중국 마피아도 이미 자리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부폭력, 살인, 마약밀매, 위조지폐 제조 등 각종 범죄가 차이나타운 일대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개미군단」과 같은 보따리 장사꾼을 제외하면 러시아와 중국간의 교역규모는 연 60억∼70억달러. 러시아로 볼 때 중국은 아시아권에서 최대 교역국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의 대중국 교역량과 비교하면 1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9일 보리스 넴초프 제1부총리를 대동하고 중국을 방문한 것도 국경문제 해결과 이를 통한 양국 경협증진에 가장 큰 목적이 있다.
러시아의 대외경협은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와 아나톨리 추바이스 제1부총리, 넴초프 제1부총리 등 트로이카 체제가 움직인다. 이중에서 아시아권은 러-중, 러-일 정상회담에서 크게 활약한 넴초프 제1부총리가 맡고있다.
정상회담 결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러시아에게 여전히 위험스런 존재다.
황화론에서 비롯된 것일테지만 중국의 동향은 옐친 대통령이 직접 챙긴다고 한다. 국경을 4,300㎞나 맞대고 있으니 러시아로선 당연한 자세요 마음가짐이다.
우리에게도 러―중 관계는 미―중의 접근, 러―일의 화해 움직임과 함께 주목 대상이다. 굳이 19세기 말 한반도를 둘러싼 4강의 각축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차이나타운과는 달리 서울손님을 겨냥해 먹고 마시는 것 중심으로 형성된 모스크바의 코리아타운을 보면 우리의 대러시아 인식은 아직 멀었다는 느낌이다.<모스크바>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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