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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무 저 한국과거제도사/조선왕조 유지비결은 과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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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무 저 한국과거제도사/조선왕조 유지비결은 과거제

입력
1997.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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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번영가져온 교육열로 전승『조선조가 그래도 500년이나 유지된 이유가 뭐겠습니까. 공부 안하면 출세 못하게 하고 우수한 사람 뽑아 썼기 때문이지요. 한국이 오늘날 번영을 누리는 이유가 뭡니까. 석유가 납니까, 지하자원이 풍부합니까. 양반의 교육열은 하나의 풍속으로 전수돼 오늘날 한국인의 교육열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옛날처럼 지배층만이 아니라 전국민이 교육열에 휩싸여 우수한 인력자원을 양성하게 됐고 이것이야말로 한국인이 번영할 수 있는 정신적 자산이며 민족의 저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이성무 교수는 최근 출간한 저서 「한국 과거제도사」(민음사 발행)의 결론을 이렇게 정리한다.

―과거제 역시 조선조 후대로 가면서 힘있는 가문끼리 나눠먹는 식으로 문제가 많지 않았습니까.

『그건 19세기 들어 순조 이후에 벌어진 부분적 현상입니다. 요새도 시험에서 친소관계나 출신학교에 따라 배려해주는 병폐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제도는 운영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요즘 공무원을 뽑는 사법·행정·외무고시 등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지금의 고시는 과거제로 치면 실무관리를 뽑기 위한 잡과수준입니다. 과거에서 가장 중요한 문과는 OX식 지식테스트가 아닙니다. 우선 효도 충성 우애와 같은 도덕성, 즉 사람이 됐나 안됐나를 보는 시험입니다. 그래서 문학 역사 철학 같은 인문지식을 중시했던 것이지요. 나라 팔아먹는 지식을 아무리 많이 갖춰봐야 뭐하겠습니까.

―도덕·인문주의 때문에 행정실무나 기술을 천시하게 된 것은 아닌지요.

『고려·조선시대에는 지배층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덕적 수양이 우선해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이것이 행정실무나 기예를 천시하여 산업발전을 저해한 요소로 매도된 근거였습니다. 특히 오늘처럼 정치가의 도덕성이 결여된 사회에서는 전통시대 사인층의 도덕성과 인문주의를 재음미해볼 만합니다. 지배층의 심성이 올바라야 사회가 부패하지 않고 정치를 유연하게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지금 정치인에게 과거시험을 한 번 보게 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 책은 삼국시대부터 조선까지 과거제도의 역사 및 그와 엇물린 교육제도의 변천을 한 권에 담았다는 점에서 귀중한 연구성과로 꼽힌다. 대우학술총서 인문사회과학 99, 3만4,500원.<이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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