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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시간의 그물’­윤효 ‘게임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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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시간의 그물’­윤효 ‘게임 테이블’

입력
1997.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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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껴안는 시­뒤엎는 시세상살이를 넉넉한 서정으로 껴안으려는 중견시인, 일상을 뒤엎고자 하는 욕망에 몸이 달아 있는 신예시인. 최근 동시에 출간된 이재무(39)씨의 다섯번째 시집 「시간의 그물」과 윤효(32)씨의 첫 시집 「게임 테이블」(문학동네 발행)을 함께 읽어보는 것은 흥미롭다. 이씨는 마흔을 이렇게 노래한다. 「몸에 난 상처조차 쉽게 아물어주지 않는다/ 그러니 마음이 겪는 아픔이야 오죽하겠는가/ 유혹은 많고 녹스는 몸 무겁구나」(「마흔」전문).

윤씨의 서른은 이렇다. 「기억의 갈피갈피를 들춰도 아직 불러낼 추억이 없어 퀴퀴한 식탁을 파헤치는 너덜거리는 영혼, 발작처럼 살고 싶어요 죽고 싶어요 하, 속지 말아요 일세의 뇌란일 뿐」(「삼십 세」 부분).

한 사람은 「막막하고 팍팍한 세월」 「광기의 연대」를 지나 「적막의 마흔」을 살고 있고, 다른 사람은 「날개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던」 젊음을 막 통과해 「꾸역꾸역 비상군단처럼 밀려드는 어둠의 도시를 관통하며 서서히 실신하는 혼선, 혼음, 불통의 도시」에서 살고 있다.

단지 남·녀의 차이로, 살아온 시간의 차이로만 돌려버리기에는 너무나 서로에게 낯선 것같은 시어들. 시집들을 나란히 놓고 읽으면서 확인하는 두 시인의 세계를 보는 시각차는, 우리가 지나왔고 지금도 지나고 있는 급변의 연대만큼이나 가파르다.

그러나 이들 각자에게서 세상 살 힘을 발견해야 하는 것은 언제나 읽는 사람들의 몫이다. 「계단 오르며 나는 아직 세상 버리지 않는다/ 이 정직한, 한결같은 보폭은 언젠가 내 몸을 지상으로 인도할 것이다/…/ 그러나 계단을 오르며 나는 세상을 믿는다/ 그것은 계단을 걷는 자의 의무이기도 하므로」(「지하 계단」부분)이라고 말하는 이씨에게서나, 「다시 덜미를 틀어잡혀/ 소금에 쓰라린 살갗을 부벼도/ 선홍빛 아가리 뻐끔거리며/ 이 자상 투성이의 육체로/ 살아 남겠어요, 결연히!」(「생채화」 부분)라는 윤씨에게서나 그것은 마찬가지다.

이씨는 83년 작품활동을 시작해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 등 4권의 시집을 냈고, 윤씨는 95년 소설로 등단한 후 창작집 「허공의 신부」를 냈다.<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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