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관리국의 무령왕릉 영구폐쇄 결정은 아픈 교훈을 준다. 「한국 고고미술 사상 최대 최고의 발굴」이라는 충남 공주시 송산리 무령왕릉이 공개된 지 25년만에 관리·보존의 부실로 일반인 관람이 금지되는 것이다. 인근의 5, 6호분(왕릉) 역시 학술조사 목적으로만 공개가 허용된다.대표적 백제유적인 무령왕릉을 보면서 우리는 극히 겸허하고 성실한 자세로 문화재를 발굴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깊이 새겨야 한다. 문화재관리국은 공주시와 함께 내년부터 2000년까지 고분군 경내 지하에 원형과 똑같은 크기와 구조의 모형을 만들어 일반에게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어찌 모형에서 왕과 왕비의 금관 2개 등 귀중한 유물 2,561점을 쏟아낸 왕릉이 지니고 있던 역사의 무게를 느낄 수 있겠는가.
이번 영구폐쇄는 우리의 문화재에 대한 인식과 정책이 발굴부터 관리, 보존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으로 잘못된 결과이고, 문화재를 대하는 성실성의 결여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무령왕릉은 71년 매스컴의 흥분과 조바심 속에 불과 이틀만에 발굴이 완료됐고, 그 후 2년도 못되어 일반인에게 공개되기 시작했다가 고분 내부에 습기가 차는 것이 발견되어 4일만에 중단되기도 했다.
그 후로도 여러번 물이 차고 결로현상이 있었으나 91년에야 방수작업을 했다. 지난해 5월부터 1년여에 걸쳐 처음 정밀조사를 한 결과 남조류 등 미생물이 서식하고 빗물이 스며들며, 내부 벽체가 기울어 원형보존을 크게 위협한다는 결론에 따라 영구폐쇄하게 된 것이다.
중국 시안(서안)에 있는 거대한 진시황릉의 경우는 그것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일본 회사들이 발굴을 아무리 제안해도 중국 당국이 거들떠 보지도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무령왕릉 폐쇄는 성실한 자세와 발굴·보존·관리에 대한 충분한 기술이 없으면 발굴을 다음 세대로 미루는 것이 옳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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