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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의 철학적 의미(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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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의 철학적 의미(하이라이트)

입력
1997.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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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속 인간의 존재조건 제시할리우드영화에서 주인공이 헤드기어를 쓴 채 컴퓨터화면의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로 들어가 사랑(사이버 섹스)을 나누거나 악당과 피튀기는 대결을 벌이는 장면은 이제 별로 놀랍지 않다. 가상현실의 세계는 3차원의 현실공간을 뛰어넘어 실존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또 하나의 세계다.

컴퓨터 영상의 발달로 가능해진 가상현실은 낯익은 개념이 됐다. 「사이버 스페이스(Cyber Space)의 철학자」로 유명한 마이클 하임은 「가상현실의 철학적 의미」(이화여대 강사 여명숙 옮김)에서 가상현실을 「단순한 기술이나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생활양식 전반을 재규정하는 혁명적인 사건」으로 규정한다. 이 사건은 인간의 경험과 세계관을 저 깊숙한 곳에서부터 뒤흔들기 때문에 혁명적이다. 『가상현실은 우리의 경험과 통찰력을 저하시키고 논리적 사유를 컴퓨터가 대신 수행함으로써 인간의 사유에 있어 추상화의 정도를 심화한다. 또 정보를 병렬적으로 검색하게 해줌으로써 정보해독률을 비약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 지식의 양적인 증가로 네트워크상으로 인간은 더욱 평등해지기도 하지만 인간적인 만남은 점점 줄어들어 자신을 기계화시킬 수 있다』

하임은 가상현실을 좋다 나쁘다는 식으로 어느 한쪽으로 의미부여를 하지는 않는다. 우선 그 속에서 변화하는 인간의 존재조건과 의식양태 등을 꼼꼼히 짚어낼 뿐이다. 그렇지만 그 이면에는 정신없이 변화하는 정보화사회에서 최소한의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는 안간힘이 깔려 있는 듯하다. 책세상 발행, 1만원.<이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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