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의 3각구도로 정립되면서, 각 후보진영은 텃밭을 굳히고 취약지를 공략하는 지역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는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경남을 끌어들이고 충청·강원을 거쳐 서울에서의 대세를 장악한다는 계획이다. 김대중 후보는 자신의 아성인 서울·호남, JP의 연고지인 충청 등 서쪽을 공고히 하고 대구·경북 등 동쪽으로 나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인제 후보는 부산·경남, 인천·경기, 충청의 세 축에서 우위를 확보한 뒤 대구·경북 등을 공략, 호남과 서울의 열세를 상쇄한다는 전략이다.◎이회창 후보/TK세몰아 남련→서복→북진
이회창 신한국당후보의 지역전략은 TK(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짜여지고 있다. 전통적 여권기반인 TK지역에서 압도적 우위를 굳히고, 그 여세로 전국적인 승세를 몰아가겠다는 것이 신한국당의 구상이다. 신한국당은 TK에서의 우위를 확실히 하고 나면, 이른바 「남련 서복 북진」전략을 전개할 계획이다. 「남련·서복·북진」전략은 경남을 우호지대로 끌어들이고 이회창 총재의 연고지인 충청권, 합당 파트너인 민주당 조순 총재의 연고지인 강원의 지지를 회복한 뒤 서울·수도권에서 승부를 건다는 것이다.
신한국당은 일단 전진기지인 TK에서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YS와의 차별화, YS신당지원설의 쟁점화 등이 TK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는게 신한국당의 자체판단이다. 실제 최근의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이총재의 TK 지지도가 대구 56.0%, 경북 42.5%로 이인제 후보(대구 30.5%, 경북 37.1%)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신한국당은 「03 마스코트」사건처럼 역풍을 초래할 정도의 공세는 자제하되 적정한 수준에서 YS차별화 전략을 유지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이어 YS정서가 상대적으로 약한 서부 경남을 집중 공략하는 「남련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역대 선거에서 서부경남은 보수안정적 투표성향을 보였다는 점에서 TK의 상승세가 조만간 이 지역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복전략은 「이회창―조순 연대」의 시너지 효과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총재의 상승세가 계속되면 연고지인 충청권의 지지가 쏠리고 강원지역도 동일한 성향을 보일 것이라는 계산이다.
남련·서복 전략이 궤도에 오르면, 최대 승부처인 서울·수도권에 힘을 결집하는 북진전략을 준비중이다. 신한국당은 지금은 서울·수도권에서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가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고 이총재와 이인제 후보가 2위다툼을 벌이고 있지만, 결국 이총재가 기존의 여권성향 표를 독식해 대역전을 이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김대중 후보/서세동점·수도권 압승 구상
전국을 권역별로 묶어 나가는 국민회의의 대선전략은 「서쪽을 지키면서 동쪽을 공략하는」 것이다. 「서세동점」전략의 기본적인 틀은 3각구도 아래서도 큰 변화가 있을 수 없다는 게 국민회의측 설명이다. 그러나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 국민회의측 대선전략은 이회창 신한국당총재와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의 각축으로 영남지역에서 표의 분할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점 때문에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3각구도를 도전이자 기회로 받아들이는 국민회의측은 각 지역의 유권자수와 투표율을 고려, 상당히 미세한 부분까지 판세를 분석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눈에 띄는 대목이 부산·경남(PK) 및 대구·경북(TK)을 포함한 영남지역에서의 「공세적 3등전략」과 「영·호남 상쇄전략」이다. 국민회의측은 투표율을 85%로 잡을 경우 호남지역에서 2백50만표 정도를 앞설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현재의 지지율 추이로 볼 때 김대중 총재는 영남지역에서 다른 두 후보에 비해 1백10만∼1백80만표 정도 뒤지고 있는 것으로 계산된다. 92년 대선때에는 호남에서의 압승이 영남에서의 열세를 만회하지 못했지만 이번엔 여권분열에 따른 3각구도로 사정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국민회의측은 나아가 향후 대선정국이 달아올라 영남에서의 표의 쏠림현상이 심화하더라도 1, 3등의 표차가 2백50만표 이상으로 벌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국민회의측은 박태준 의원을 앞세운 TK공략,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 등을 앞세운 PK공략 등으로 영남지역에서 2등에 근접한 3등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영·호남 상쇄전략이 적중했을 경우 중요해지는 것은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의 「압승전략」이다. 국민회의측은 수도권에서 1백70만∼2백30만표를 앞서고 있기 때문에 강원·충청지역에서 다소 열세를 보이더라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충청지역에서는 선거 막판에 이를수록 김종필 자민련총재 및 DJT연합의 위력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태성 기자>고태성>
◎이인제 후보/PK+K묶고 경기·인천서 승부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의 지역별 승부전략을 종횡으로 관통하는 단어는 「상쇄」다. 이 전략은 『선거판에서 3위표는 계산하지 않는다』는 명제에 근거하고 있다. 1위와 2위가 어떻게 표를 나눠갖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될 뿐, 나머지는 부수적일 따름이라는 것이다. 부산·경남(PK)표를 묶어 DJ의 호남표를 상쇄하고, 경기·인천에서의 선전과 경북표를 합해 서울의 DJ표를 상쇄하며, 충청을 석권함으로써 대선을 승리로 이끈다는 것이 국민신당의 기본 디자인이다.
우선 PK+K(부산·경남+경북)는 「경북은 대구와 다르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회창 신한국당총재를 밀어서 당선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경북사람들은 별로 없으며, 선거 막판에 가면 사표방지 심리가 작용, 「되는 쪽」으로 표가 몰릴 것이란 게 국민신당의 경북표 성향분석이다. 87년 대선때는 이 지역출신 노태우 후보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던데다 막강 여당이 돈·자금·조직을 모두 장악하고 있었지만 지금의 신한국당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점도 분석의 근거로 제시된다. PK바람의 풍속과 파괴력에 따라 경북표 차이의 규모가 결정될 것이란 관측도 덧붙인다.
경남도 마찬가지다. 신한국당이 이 지역을 넘보고 있으나, 『PK는 이미 승부가 끝났다』는 게 국민신당의 주장이다. 최근 전국을 16개 권역으로 나눠 「민심조사」를 한 결과 PK표의 60% 이상은 국민신당이 차지한다는 데이터가 나왔다고 말하고 있다. 유권자수로 따지면 PK는 전체 유권자의 17%, 호남은 12%이므로 PK표의 60%와 호남표의 90%는 맞먹다는 계산이 나온다는 것이다.
국민신당은 서울지역에 대해선 내심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40대 20수준으로 벌어져 있는 DJ와의 격차를 10%포인트 이내로 좁히면 대성공이고, 15%포인트 안팎으로 좁히면 선전이란 게 내부평가다. 서울과 경기·인천의 유권자수가 전체 유권자의 각 23%로 대등하므로 서울에서 뒤진 표를 경기·인천에서 최대한 만회하고, 여기에 경북표를 합하면 이 역시 「빅수」가 된다는 계산법이다.<홍희곤 기자>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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