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후보진영은 12일부터 시작되는 TV토론회가 대선정국의 또다른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TV토론회는 공식선거전에 돌입하기 전 마지막 순서. 대선이 3각구도로 확정된데다 「DJT연대」와 청와대의 국민신당지원설, 김대통령의 신한국당탈당, 이회창 총재와 조순 총재의 전격연대 등 어느 때보다 공방거리가 치열하다는점 등이 이번 토론회의 중요성을 부각 시키고 있다.◎이회창 후보/정책·비전설명 집중 표정관리도 신경
이회창 총재측은 이번 토론회를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분위기에서 준비하고 있다. 여론지지도가 밑바닥을 헤매고 있을 때 치렀던 과거 토론회와 달리 상승기류가 뚜렷한 가운데 토론회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다른 후보를 깎아내리기 보다는 이총재의 정치적 장점과 정책 방향을 부각시키는 「포지티브 전략」을 설정해 놓고 있다.
10일의 실무준비팀 도상연습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집중논의됐다. 박성범 TV토론위원장은 『정국상황에 비춰볼 때 이번 토론회에서는 정치현안이 집중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며 『예상질문·답변도 민주당과의 합당, DJT연대와의 차별화 등 정치분야에 집중해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위원장은 『이번토론회가 이총재의 정책적 비전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이총재의 한 측근은 『이총재가 이번 토론회에서 현정부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해 「발언수위」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러나 이총재측이 정작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정책문제보다는 이총재의 표정관리, 임기응변 등 토론에 임하는 「소프트웨어」부분. 『정리가 잘돼 있어 정책부분에서는 걱정할 게 없지만 표정이나 제스처 등에서 프로기질이 미흡해 손해 볼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따라 12일 이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릴 최종리허설에서는 이 부분을 집중 보완할 계획이다. 또 과거와 달리 토론회 당일인 14일 하오의 일정을 모두 비워 충분한 휴식을 가짐으로써 여유를 갖고 토론회에 임하도록 할 예정이다.<신효섭 기자>신효섭>
◎김대중 후보/‘1위의 여유’부각 DJT청사진도 제시
김대중 총재측은 13일로 예정된 TV토론회가 DJT연합에도 불구, 한동안 주춤했던 지지도 상승세를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회의 TV대책팀이 이를 위해 설정한 이미지는 「다시 웃는 DJ」이다. 김총재는 최근의 지방 TV토론회에서 DJP단일화에 대한 비판론 때문에 가끔 곤욕을 치러야 했다.
지난달말 대전 TV토론회에서 한 패널리스트가 『30년 법조 생활에 비춰볼 때 DJP합의문은 위법』이라고 주장하자, 즉각 『우리 당에 더 오래 법을 다룬 사람이 많다』며 발끈하기도 했다.
국민회의 관계자들은 반격을 가하는 김총재의 모습이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부동의 지지도 1위」로서 여유 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총재도 패널리스트들의 골치아픈 질문 공세에 대비, 「참을성」을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국민회의는 또 이번 대선의 대진표가 3각구도로 확정된 만큼, 다른 두 후보와의 차별성도 부각시킨다는 복안도 마련해 놓고 있다. 국민회의의 TV대책팀은 이번 토론회를 공식선거 기간에 있게 될 합동 TV토론회의 전초전으로 보고 타후보에 대해 공격적인 언급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다.
김총재는 이를 위해 국민신당은 물론, 신한국당도 근본은 김영삼 대통령과 문민정권에서 파생된 세력이라는 점을 토론회 전반에서 강조할 예정이다. 이같은 논리는 진정한 정권교체는 여야간 교체이며, 현재의 대안은 DJT연합이 유일하다는 주장으로 연결된다. 김총재는 DJT연합의 미래에 대해 불안 심리가 있다는 점을 감안, 국정운영 청사진을 제시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유승우 기자>유승우>
◎이인제 후보/‘양강구도로 몰기’ 구체적 정책제시 주안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는 이번 TV토론을 김대중 국민회의총재와 자신과의 양강구도로 좁힐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토론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후보는 이번 토론에서 「청와대의 신당지원설」을 불식하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데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또 기존의 당당하고 자신감있는 태도를 유지하면서 좀더 부드럽고 활기찬 이미지를 보완할 방침이다. 이밖에 토론태도의 문제점 등을 부분적으로 시정할 생각이다.
이후보측 관계자들은 『그동안 이후보가 젊고 당당하다는 이미지는 심어줬으나 표정이 좀 굳은 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며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여성층 등을 겨냥해 좀더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후보는 그동안 학술용어를 지나치게 많이 써왔다는 지적에 따라 일반시민들이 이해하기 쉬운 말을 가급적 많이 쓴다는 방침이다. 또 그동안 정책제시가 추상적이었다는 지적을 감안, 정책팀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이후보도 토론에서 구체적인 경제수치 등을 자주 거론한다는 복안이다.
이후보는 무엇보다 이번에 신한국당과 국민회의가 제기한 「청와대 신당지원설」이 전혀 근거없는 음해라고 주장하면서 양당측에 『폭로전보다는 정책대결의 장으로 나와달라』고 촉구키로 했다. 그는 또 현정부 개혁정책의 문제점도 일부 지적하는 등 김영삼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복안이다.
이와함께 「DJP 연합」과 「이회창―조순 연대」에 대해 비판을 가할 방침이다. 이후보는 9일 한이헌 정책위의장, 정책자문 교수 20여명과 함께 3시간여동안 TV토론을 준비했다.<김광덕 기자>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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