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원 애써 의연… 재계 사업계획 재조정 비상/외환딜러 “백약이 무효… 예측자체 무의미” 한숨정부의 강력한 시장개입에도 불구하고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이 폭등, 「1달러=1천원」시대가 현실화하자 재정경제원 등 정부당국과 금융권 재계 등은 『올 것이 오고 말았다』는 분위기속에서 대응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재정경제원은 10일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이 폭등, 「1달러=1천원」이 현실화하자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는 듯 애써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재경원 금융정책실의 관계자들은 금융기관과 대기업들에 대해 반공개적으로 환율안정 협조를 촉구하던 종전의 자세에서 탈피, 이날은 독려를 사실상 중단했다.
김석동 외화자금과장은 『현재로서는 환율안정대책이 결정된 게 하나도 없다』며 『환율불안은 기아사태의 장기화 등 금융시장의 불안요인과 함께 은행과 종금사 등 금융기관간 불신 등 금융시스템이 전반적으로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계는 이날 달러당 1천원대가 개막함에 따라 환차손축소 등 단기대책마련은 물론 내년도 사업계획수립에 필요한 기준환율을 재조정하는 등 장기대책 수립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 삼성 LG 대우 등 주요그룹들은 안정을 찾아가던 환율이 이날 하오 가파르게 수직상승, 예상보다 빨리 「1달러=1천원」시대가 다가옴에 따라 최악의 상황까지 감안한 환율대책에 나섰다.
대우그룹은 대우 경제연구소로부터 내년 사업계획수립을 위한 기준환율을 달러당 1천30원으로 제시받아 이미 1달러 1천원시대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이고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의 지시에 따라 3가지 가상시나리오를 마련, 당분간 탄력적인 환율대응에 전력키로 했다. 현대그룹은 계열사별로 공문을 보내 내년사업계획상의 기준환율을 9백10원에서 9백80원으로 상향조정했다.
○…환율이 급등하자 외환은행이 상오 9시50분 매매기준율을 9백99원으로, 현찰매도율을 1천13원98전으로 재고시하는 등 각 은행이 일제히 환율을 상향 재고시, 사상 처음으로 은행환율고시판에 네자리숫자가 등장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자 『백약이 무효인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환율을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대부분 시중은행 환전창구는 (매도기준) 환율이 사상 처음 1천원대를 넘은 이날 오히려 평소보다 한가한 모습을 보였다. 상업은행 본점 영업부 환전담당 직원은 『4∼5명의 손님이 엔화를 사갔을 뿐 달러를 바꾸려는 고객은 없었다』며 『비행기표 여권 등 실수요증명서류를 엄격히 요구하는데다 환율이 너무 올라 달러를 사려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김경철·이재열·김준형 기자>김경철·이재열·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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