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적 재미·농익은 연기 어우러져MBC 주말연속극 「그대 그리고 나」(극본 김정수, 연출 최종수)는 참으로 오랜만에 접해 보는 좋은 드라마이다. 최진실 차인표 최불암 김혜자 등 출연진의 농익은 연기도 그렇지만 흔한 사랑과 결혼 이야기를 술술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작가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우선 연기자들이 「본업」인 연기를 잘 소화해내고 있다. 「연기력은 떨어지지만」이라는 애꿎은 꼬리표가 붙을 만한 연기자가 거의 없다. 최진실은 특유의 생글거리는 미소와 천연덕스러운 감정이입으로 예전 「질투」 당시의 명성을 회복했고 차인표는 영규 역으로 변신에 완벽히 성공했다.
뿐만 아니다. 중견연기자 최불암의 억센 뱃사람으로의 변신, 신인 서유정의 결코 신인답지 않은 왈가닥 연기, 박상원의 맏형같은 편안한 분위기 등 저마다 장점과 특징을 그야말로 기분좋게 백화제방하고 있다. 시청자가 연기자들의 연기 걱정을 해야 하는 한심스러운 드라마와는 확실히 다르다.
또한 작가는 드라마가 어떤 식이어야 재미가 있고 시청자가 다음 이야기를 기다릴 지 읽고 있는 듯하다. 드라마는 가난한 집 맏아들 동규(박상원)와 부잣집 딸 수경(최진실)의 사랑과 결혼, 그 집의 속물적이고 덜렁대는 둘째 아들 영규(차인표)의 정신차리기, 배다른 막내 아들 민규(송승헌)의 어머니 찾기 등 TV에서 다룰 수 있는 재미있는 극적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여기에 가진 것은 조그만 배 한 척뿐인 집안에 딸을 시집보내야 하는 어머니(김혜자)의 걱정과 체념, 남자 잘못 만나 괴로워하는 시골처녀(김지영)의 한숨과 오기 등도 구체적 삶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애정과 예리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부분들이다.
「그대 그리고 나」는 그래서 재미있다. 9일 10회 방영으로 이제 5분의 1을 갓 넘겼지만 동규와 수경이 앞으로 잘 살아갈 지, 영규는 어떻게 인간이 될 지, 민규는 또 어떻게 자아를 찾게 될 지 궁금증이 꼬리를 문다. 군더더기 없는 직선적 화법과 화면으로 드라마를 이렇게 드라마답게 한 것, 그것은 결국 연출가의 몫이라는 생각이다.<김관명 기자>김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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