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속 진보해 왔을까. 독일 역사가 L 랑케는 저서 「젊은이를 위한 세계사」에서 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인다. 문학에서 누군가가 호머보다 위대한 서사 시인이기를 바란다면 웃음거리가 되는 것처럼, 도덕적·정신적 면에서는 진보의 발자취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진보와 향상이란 물질적 이익의 영역에서만 인정할 수 있고, 오히려 이 영역에서는 퇴보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시간에 비례해서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면, 도덕은 역사상 진보할 때도 있었고 퇴보할 때도 있었다는 얘기이다. ◆지난 7일 이화여대에서는 우리의 도덕성을 되돌아보는 「한국사회의 천박성과 그 극복」이라는 한국학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인은 왜 외국호텔에서 떠들다가 격리당하고 공항에서 고스톱을 치며, 무례한 행동을 지적당하면 반성하기는 커녕 화를 내는 것일까. ◆세미나에서 최봉영 교수(한국항공대)는 『정치는 패거리에 끌려다니는 중우민주주의, 경제는 투기와 특혜에 의존하는 천민자본주의, 교육은 점수벌레를 양산하는 학벌만능주의, 문화는 수입에만 의존하는 사대주의로 나타나고 있다』고 예시했다. ◆또 미국의 4.8배나 비용이 드는 결혼식문화와 불친절성 등 여러 치부들이 드러내지고, 이러한 천박성은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분석되었다. 우리는 빈곤과 독재, 무지 등과 싸워오는 동안 이미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들어서 있다. 이제 정신에서도 궁핍한 모습을 버리고 품위와 도덕을 갖출 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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