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주도서 시장주도로 선진체제구축 필요/감독기구 통합보다 협의체수준 보완 적합한국경제가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는 듯하다. 환율불안, 주가폭락 및 대기업 부도사태로 금융시장은 물론 국가경제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정부의 금융개혁에 한가닥 기대를 거는 것은 이러한 위기극복을 위해 금융개혁이 절대로 필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금융개혁은 금융의 완전개방을 앞두고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요자 중심으로 제도와 관행을 고치자는게 본래 목적이다. 다시 말하면 금융 선진화의 핵심요소는 금융의 시장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한보사태에서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얻은 교훈이 바로 금융에 대한 정부나 권력의 개입을 배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금융개혁은 이러한 본질을 잃어버린 채 원칙없이 흔들거리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금융개혁 관련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심의중에 있고 그 중에서도 중앙은행 독립과 금융감독체계개편안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중앙은행 독립문제는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통화신용정책의 수립·집행권을 중앙은행의 최고의결기구인 금통위와 한국은행에 맡김으로써 명실상부하게 통화신용정책의 제도적 중립성을 지향할 수 있게 되었다. 물가계약제 등 문제가 된 조항은 곧 합의에 이를 전망이다.
문제는 금융감독체제 개편문제이다. 한국은행을 독립시키면서 은행에 대한 감독권을 한국은행으로부터 떼어내고, 기존 3개 감독원을 하나로 통합하려 하고 있다. 금융감독체계 문제는 소속기관 당사자들의 문제를 떠나 금융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사안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공청회, 토론회를 거친 바 있는데 당연한 과정이었다. 그렇지만 많은 전문가와 국회의원들 상호간의 견해 차이로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말았다. 현재도 국회는 여야가 「통합 대 현체제 고수」에서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금융감독기구 통합문제에 대해 다음의 관점에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싶다.
금융감독기구 통합문제에도 「관치탈피」의 원칙이 지켜지는지 따져봐야 한다. 거대한 금융감독공룡의 출현으로 관치금융의 소지가 커지는 만큼 정부의 안은 바람직한 방향같지는 않다. 누가봐도 감독권 집중은 「관치강화」로 보인다.
정부는 금융감독기능의 연계성·중복성을 주장하나, 3개 감독원을 그대로 두고 협의체를 구성하여 금융감독과 관련된 정보교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또한 금융시장의 속성에 따라 선진 각국에서는 기존 정부에서 행사하던 금융감독 권한을 민간감독기관에 이양하거나 통합운영되던 감독기관을 금융의 업무영역에 따라 세분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에 의한 금융감독기관의 통합방안은 이와 완전히 배치되는 원칙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구나 정부가 개편의 필요성으로 들고 있는 금융의 겸업화현상에 대하여도 그 논의의 초점이 왜곡되어 있다. 선진국에서는 금융의 겸업화가 모회사를 전제로 하여 자회사 형식의 새로운 업종에 진입하는게 보편화 되어 있다. 따라서 이때는 모회사 중심의 기능별 감독이 중요하고 이러한 감독체제는 통합이 아니라 전문화된 감독체제인 것이다.
다음으로는 어떤 개혁이든 정확한 현실인식과 확고한 원칙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원칙보다 타협의 산물로 관련법안을 통과시키게 되면 대선을 앞둔 이 시점에서 정치적 돌파구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또다시 금융기능을 왜곡할 위험이 있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중·단기과제가 산적해 있는데도 장기적 검토과제 처리에 집착하여 현안이 되어 있는 중요사안을 놓치거나 졸속처리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금융개혁 과제중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관련한 법안의 입법을 조속히 추진해야지 장기과제와 연계하여 패키지처리하지 말라는 말이다. 개혁의 원칙인 금융산업의 선진화 차원에서 접근하여야 하며 개혁을 마치 한건 올리는 욕심으로 추진해서는 안된다.
개혁의 추진동기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애초의 취지나 목적을 살리지 못하고 분란만 일으킬 것이라면 차라리 다음 정권의 과제로 넘겨 차분하고 깊이있게 논의해 보는 것이 낫다.<이화여대 경영대학장>이화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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