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전 피의자 심문제도(영장 실질심사제)를 규정한 형사소송법의 개정안 처리를 둘러싸고 법원과 검찰간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10일 국회 법사위에서는 법원측이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개정을 반대했고, 법무부는 공정한 수사권 등을 앞세워 찬성의견을 냈다. 자민련 등 일부정당은 석연찮은 이유로 개정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인권을 볼모로 한 이 논쟁은 다수국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어 각별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검찰출신 의원 등 25명이 발의한 개정안의 요점은 피의자 심문에 관한 규정을 「피의자측의 요청이 있을 때에 한해」로 개정하자는 것이다. 수사인력의 낭비를 막고 수사의 효율성을 제고하자는 것이지만, 판사의 직접심문을 제한하자는 의도가 숨어 있다.
우리가 이를 납득하지 못하는 것은 어떤 제도의 성패는 운영의 묘에 달렸지 제도탓이 아니라는 여러 사례의 교훈 때문이다. 구속피의자를 법관 앞에 데려가는 호송업무가 가뜩이나 심한 경찰의 인력난을 가중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호송인원과 수사인력의 증원을 호소할 일이지, 시행 1년도 안된 새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하는 법 개정은 옳지 않다. 구속피의자들에게 법관 앞에서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는 이 제도는 선진국의 사례를 따질 것도 없이 기본권보장장치 이므로 어떤 명분으로도 제한되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 인권규약도 체포 또는 구금된 사람은 법관에게 신속히 인지돼야 하고 합리적인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기본권 신장을 위한 제도가 수사의 편의나 특정 정당의 당략과 관련해 후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문제는 제도의 운영에 있다. 제도 시행초 86%나 되던 영장 실질심사율은 법원과 검찰의 협의로 현재 73%까지 낮아졌다. 불필요한 판사 직접심문으로 수사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검찰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법원은 제도 정착을 위해서라도 형식적인 직접심문이 없었는지 되돌아 보고 개선점을 찾아 운영의 묘를 기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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