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억제 실효성 정부내도 논란/“수출 고려 상승세 묵인” 추측도환율폭등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적어도 10일 현재는 없다.
재정경제원은 금융개혁법안의 통과여부와 주중을 목표로 현재 준비중인 금융시장안정대책 등 큰 밑그림이 그려질 때까지 대기상태에 들어갔다. 강경식 경제부총리가 9일 『금융종합대책을 금융개혁법안의 통과여부와 연계해 마련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나마 현재 검토중인 대책도 종합금융사를 중심으로 한 금융기관의 구조조정과 대외신인도 제고와 같은 중장기대책에 무게중심이 실려 있다. 외화자금확충을 위한 직접대책도 다양하게 검토는 되고 있으나 내부에서의 논란으로 아직 내용이 미정인 상태다.
게다가 이번 대책이 또 다시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할 경우 엄청난 후유증이 예상된다는 점도 정책당국을 대단히 부담스럽게 만들고 있다. 재경원 관계자들은 『이번에도 대책이 실패하면 정말 큰 일이 날 것만 같다』며 비장함과 공포감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는 불과 얼마전 선언한 「환투기와의 전쟁」에서 정부가 참패하는 등 대세를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현실인식도 깔려있다. 특히 「병력」(외화)이 부족한 상태인 만큼 「백병전」과 같은 소모전 형태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금융기관과 대기업에 협조를 당부하던 재경원 관계자는 이날부터 이같은 작업을 중단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1달러=1천원」이 정부의 역부족 때문이 아니라 「용인」의 결과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엔화의 약세에도 불구, 원화가 절하되지 않을 경우 한국상품이 수출경쟁력을 급속하게 잃어 그나마 한국경제의 마지막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수출마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 원화가치절하(환율상승)를 용인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한 당국자는 이와 관련, 외환시장의 유동성은 풍부하나 가수요 때문에 환율이 상승한다고 지적, 시장안정화라는 정책목표는 변함이 없으며 과도한 상승을 막기 위해 시장개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경원 내부에서도 최근 환율정책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적정환율을 설정해 이를 방어하기 위한 대원칙을 세워 개입을 할 것이면 확실하게 개입하든지 아예 시장원리에 환율을 전적으로 맡기든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무원칙 때문에 외환보유고만 소비하고 있고 정부의 신뢰도도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외환당국은 보유고를 계속 풀면서 개입했으나 상승압력을 못이겨 달러당 9백70원에서 9백75원, 9백80원 등으로 하루에 5원씩 계속 방어선을 후퇴시켜왔다.
대부분의 외환전문가들은 『미증유의 경제난과 권력공백 때문에 한국이 총체적인 「아노미(무정부상태)」인 만큼 정부의 신뢰회복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구체적인 정책대안으로 국책은행을 통한 외환확보, 환율변동폭의 신축적 운용, 채권시장 활성화, 외국인의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허용 등을 제시하고 있다.<김경철 기자>김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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