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됐던 일본인 처 15명의 뒤늦은 귀국은 한국과 일본, 남북한 그리고 북한과 일본의 뒤얽힌 관계를 상징한다. 어느 한쪽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이들의 귀국은 앞으로 일본과 북한관계의 한 전환점이 되고 남북한 관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이번에 귀국한 15명은 북송된 일본인 처 1,800명과 이중 생존해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500명에 비하면 아주 적은 숫자다. 그러나 이들의 귀국은 거의 40년동안 닫혀있던 모국방문의 문을 열었을 뿐 아니라 일본과 북한의 관계개선을 위한 통로를 마련했다는 깊은 의미를 지닌다.
유토피아를 꿈꾸고 북한으로 건너간 이들은 오히려 많은 차별대우 속에서 어려운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본의 부모나 친지들이 보내준 돈이나 물품으로 연명을 한 사람도 많았다. 이들의 이같은 고생과 가족 친지와의 40년간의 생이별은 북송을 강행한 일본정부의 책임이 크다.
15명의 선발경위가 어떠했든 앞으로 일본인 처의 귀국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그렇게 되길 바라지만 이를 통해 이뤄질 일본과 북한의 때 이른 접근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정부는 이들의 귀국이 관계개선을 위한 전기가 될 것이란 기대속에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김정일이 노동당총비서로 취임한 후 도탄에 빠진 국가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일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인 처의 귀국 허용도 이를 위한 제스처다. 현재 북한의 경제상황은 92년 12월 일본인 납치의혹문제 제기를 트집삼아 일본과의 국교정상화 교섭을 파기했던 때와는 달리 아주 절박하다.
일본정부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북방영토문제와 함께 마지막 남은 전후처리 과제란 점에서 북한의 접근에 맞장구치고 있다. 이를 입증이나 하듯 자민 사민 사키가케 연립여당 3당은 11일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하기로 했다. 마치 일본인 처의 귀국을 기다리기나 한 것 같다.
현재 남북한간에는 대화가 끊겼다. 기대했던 4자회담 전망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본연립여당 3당이 이를 연기해 달라는 한국정부의 요청을 거부하면서까지 북한방문을 강행하려는 것은 남북대화와 4자회담 추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북송된 9만여명의 재일 동포들이 일본인 처의 귀국의 뒤편에서 신음하고 있음을 일본정부는 알아야 한다. 일본정부는 마땅히 이들의 자유로운 왕래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도 이에 대한 관심은 보이지 않고 관계개선만 서두르고 있다.
일본정부는 남북대화의 진전을 통한 한반도 평화가 이뤄지는 흐름 속에서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누차 밝힌 바 있다. 일본인 처의 귀국도 이같은 정책선상에서 평가하고 그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그러할 때 일본인 처들의 모국방문은 동북아 안정의 한 상징이 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