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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족의 장수법:2(유라시아 장수촌을 찾아서: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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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족의 장수법:2(유라시아 장수촌을 찾아서:10)

입력
1997.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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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일은 내일 걱정’ 오늘에 충실/긍정적 생활태도로 긴장·스트레스 줄이고/보약·정력제 의존않는 자연순응이 장수▷전통의학과 정력제◁

라마불교는 확실히 밀교적인 냄새가 짙다. 라마교와 뿌리를 같이하는 티베트의 전통의학에는 신비한 약도 많다. 특히 중년이후 남자들의 정력을 좋게 한다는 약을 흔히 볼 수 있다.

값이 싼 오미감로환부터 좀 비싼 이십오미산호환, 최고의 보약으로 치는 칠십미진주환 등이 있다. 우리나라사람들도 이런 약을 구하기 위해 베이징(북경)에 있는 장의원을 찾는다.

사실 역사속의 의학을 세계적인 안목에서 보면 진료의 대상에 따라 지배층을 위한 귀족의학과 민초들의 건강을 보살펴 온 대중의학으로 나눌 수 있다. 소설 「동의보감」에도 나오듯이 허준 선생은 젊은 시절에 혜민원과 혜민서에서 심혈을 기울여 서민들의 건강을 보살폈다. 이에 반해 귀족의학은 성생활과 밀접한 미약이나 정력제 또는 불로장생을 보장한다는 보약에 관심을 두면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지배층의 건강을 돌보아왔다.

대부분 서민들이 허기진 배를 채우기도 힘들었던 중세기의 유럽에서도 살레르노는 고기를 줄이고 절주하며 만찬을 적게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내용의 귀족만을 위한 양생훈을 내놓았다. 티베트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그들의 전통의학이 자랑하는 보약이나 정력제는 아직도 인기가 높다.

그러나 티베트의 대표적 장수촌은 호의호식하는 지배층 사람들이 사는 고장이 아니다. 비싼 약을 먹을 수 있는 처지의 사람들도 아니다. 그래도 그들은 오래 산다. 장수촌 사람들의 장수 배경에는 전통적으로 지켜오는 식양법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종합적인 차원에서 볼 때 생활양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였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티베트인의 생활양식중 정신적 건강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사회심리학자 「엘리자베스 쥬블라 로스」가 쓴 「죽음과 죽어가는 과정」이란 책은 미국에서 출판된 뒤 20년 가까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이 책은 주인공이 불치병에 걸려 죽어가는 과정을 심리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불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절망하고 우울해하며 죽음을 부인하는 「거부하는 단계(Stage of denial)」를 거쳐 결국 죽음을 받아들이는 「수용의 단계(Stage of acceptance)」에 이른다고 한다. 개인차가 있지만 죽음은 현대인에게 괴롭고도 비정한 숙제일 수 밖에 없다. 현대인은 누구나 오래 살고 건강하길 바란다. 따라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을 뿐 아니라 심하면 건강염려증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장수촌에 가보면 삶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나 집념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들은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다. 뚱뚱하면 뚱뚱한대로, 마르면 마른대로 살아간다. 병을 걱정하지 않으며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자연적인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 고장 사람들은 나이를 먹으면 병들고, 병들면 죽은 뒤 시신을 새들에게 보시하는 풍장을 통해 자연으로 되돌아간다고 믿는다. 풍장은 대개 마을주변의 산 정상에서 한다. 외국인에게는 풍장을 보여주지 않았다. 독수리같은 새들이 떼지어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 풍장을 연상할 뿐이었다.

라사의 가장 큰 장의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주임의사도 죽으면 풍장을 하겠다고 말했다. 역설적인 얘기지만 삶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면 장수하기 어렵다. 옛날부터 오복의 첫째가는 조건은 장수라 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오래 살고픈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은 끊이지 않았다. 진시황이 즐겨 먹었다는 불로장생약 단사를 위시해서 19세기 유산균 발효유를 권유했던 독일 미생물학자 메치니코프 또한 불로장생을 염원했다.

오늘날에는 노인병학이라는 학문이 생겨 의학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법학 등 여러 부문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노화 내지 노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노인복지법에 따라 65세이상 노인들에게 각종 혜택을 주고 건강문제를 사회적인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힘쓰고 있다.

그러나 확고한 신념을 갖고 정신적 안정을 취하면서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오래 살았다는 연구조사가 근래 밝혀져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라와 겨레를 위해 생명을 아끼지 않았던 독립운동가나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살았던 종교인 등이 모두 70세 이상 장수했다. 반면 사회적 저명인사에 속했지만 정신적·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예술인이나 영화인 가운데 장수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오늘날의 의학은 섭생의학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같은 성인병을 보더라도 음식, 행동, 태도, 정신적 요인 등 개인의 섭생이 건강과 장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현대인은 각박한 경쟁사회에서 정신적·정서적으로 병에 걸리기 쉽다. 도시생활자에게 계속되는 긴장과 스트레스는 건강을 크게 해치게 된다.

촌각을 다투는 경쟁이 특징인 산업사회에서는 느긋한 여유 대신 빠른 변화와 이에 대한 적응과정에서 정서적 불안과 긴장을 겪게 된다. 실제로 내과병원을 찾는 환자의 3분의 2는 스트레스 때문에 생기는 심인병 내지 심신병환자이다.

▷스트레스 활용해야 장수◁

고대 스파르타인들은 몸이 튼튼해야 정신이 건강하다고 했다. 이제는 마음이 건강해야 육체도 튼튼해진다고 강조한다. 그만큼 정신건강이 육체적 건강에도 필수적 조건이 됐다. 따라서 긴장과 스트레스를 적게 받아야 육체적으로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 일리가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현대병은 정신적 불건강 때문에 생기고 더욱 나빠진다. 통계적으로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일으키는 가장 큰 위험인자는 스트레스와 정신적 긴장이다. 소화불량이나 위궤양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과학적으로 병의 발생과정을 밝히려는 근대 병리학도 체질이나 소인이란 개념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다. 정신노동에 종사하는 내성적인 사람에게 위장병이 잘 생기고, 욕구불만에 빠지기 쉬운 투쟁적인 사람 중 고혈압환자가 많다.

하나의 결정적인 원인 때문에 병이 생긴다는 이른바 단일병인론은 전염병이나 영양실조를 설명하는데 충분했으나 오늘날 우리가 걱정하는 비전염병의 발생과정을 밝히는데는 적합하지 않다. 많은 학자들은 전근대적 냄새가 풍기는 소인이나 체질같은 요소 때문에 병이 생긴다는 이른바 복수병인론의 입장에서 여러가지 위험인자를 찾는데 힘쓰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정신적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는 변화에 대한 적응과정에서 생기는 생리적 반응이다. 스트레스가 전혀 없으면 오히려 인생을 살아가는 맛이 없다.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는 오히려 잘 활용해야한다.

티베트의 전통의학은 물론 옛 선인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 충고하는 내용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첫째, 내일을 걱정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자. 오늘에 충실하고 그 결과를 기다린다. 둘째, 한가지 걱정을 거듭 하지말라. 공자도 같은 일을 두 번이상 걱정하면 사특해진다고 했다. 새로운 계획도 두세 번만 생각하면 된다. 셋째, 긍정적 생활태도를 가지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때 성공한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 행운을 믿고 살자. 그리고 결과는 자연에 맡기자. 때가 되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건강도 너무 걱정하면 병이 생긴다. 죽음을 두려워 할 수록 오래 살지 못한다.

예로부터 전해지는 여러 전통의학의 뿌리를 훑어보면 자연에 순응하는 슬기로운 삶을 강조하고 있다. 즐겁게 살고 자연에 순응하는 지혜속에 장수의 비법이 있다고 생각한다.<허정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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