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자신문기자출신… 환갑 앞두고 미 유학/도전과 열정의 인생 “세대차 몰라요”나이는 젊음의 절대적 기준이 아니다.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강사 김혜영(70·여)씨는 고희를 맞은 할머니지만 삶에 대한 정열과 자유스러움에 관한한 신세대를 무색케하는 진정한 「젊은이」다.
아들뻘되는 보직교수들이 수두룩하지만 학교에서 김씨는 늘 「씩씩한」 할머니강사로 통한다. 동네사람들에게 늦은밤 기분좋게 술에 취해 귀가하거나 헤드폰을 끼고 흥얼거리며 걷는 김씨의 모습은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
김씨의 삶은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49년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김씨는 60년 서른두살의 늦깎이로 영자지 코리아헤럴드에 입사, 기자가 됐다. 코리아헤럴드와 합동통신 외신부기자로 16년을 활동하면서 김씨는 언론계에서 바른 말 잘하고 술 잘마시는 호쾌한 여기자로 이름을 날렸다.
76년 기자생활을 그만둔뒤 국제여성문인연합회 회장 등으로 꾸준히 사회활동을 한 김씨는 85년 환갑을 앞둔 나이에 느닷없이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곧바로 미국 하와이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하고 싶은 것은 그냥 「저지르고 마는」 그다운 결정이었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모은 1만달러로 유학생활을 시작한 김씨는 방학이면 연수오는 한국 공무원들의 통역을 도와주며 기숙사비를 마련했다. 강의시간이면 늘 맨앞에 앉아 경청하는 할머니 학생은 외국학생들에게 최고의 인기였다. 20대 초반의 외국인 동급생들과 기숙사에서 밤늦도록 술을 마시고 토론을 즐기면서 언어의 차이는 물론 세대차이까지 잊고 지냈다.
김씨는 커뮤니케이션 석사학위를 받고 87년 귀국, 이화여대 서강대 등을 거쳐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에서만 7년째 매스컴영어를 강의하고있다.
김씨는 지금도 단 한시간 강의를 위해 일주일내내 CNN을 보고 국내외잡지를 샅샅이 뒤져 직접 교재를 만든다. 저녁시간에는 제자들과 술잔을 주고 받으며 세상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김씨는 『술값을 대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입을 제외하면 강사생활이 더없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교사출신인 여든 살 언니와 함께 독신으로 살고 있는 김씨는 『평생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해봤지만 좀더 심도있게 학문을 못해 본 것이 아쉽다』며 『앞으로 광고홍보분야를 좀더 심도있게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캠퍼스 의 늦가을 풍광과 버버리코트를 입은 모습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김씨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데 나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여전히 당당한 자신감을 내보였다.<유병률 기자>유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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