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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어선나포의 문제점/성재호 성균관대 교수·국제법(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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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어선나포의 문제점/성재호 성균관대 교수·국제법(전문가 진단)

입력
1997.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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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국 한국 동의없는 영해 일방설정은 억지/반복되는 일 위법행위 우리 대처 점검해 볼때일본이 우리나라 어선을 나포하는 사건이 다시 발생하였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일본의 불법적 나포행위가 8월15일 시마네(도근)현 지방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그치는가 했더니, 사법부의 문제 지적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지난 달 29일 부산선적의 개림호를 또 나포한 것이다. 일본 당국의 나포가 보도되면서, 한일간의 해양질서를 둘러싸고 이런 저런 논란이 되살아나고 있다.

그러한 논의의 배경은 일본이 지난해 영해법을 개정하면서 직선기선을 무리하게 설정하고, 이를 일방적으로 적용한데 있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그 결과 종래 우리 어선의 활동이 인정되던 일본 인근 해역에서 우리 선박을 영해침범이란 이유로 계속 나포하고 있는 것이다.

개림호가 나포된 지점은 북위 34도 25분, 동위 129도 41분으로 일본의 대마도에서 동쪽으로 약 13해리 떨어진 해상으로 알려지고 있다. 94년 11월에 발효되어 한일 양국이 모두 가입하고 있는 UN해양법협약은 영해의 폭을 12해리까지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영해폭을 설정하는 기준으로 통상기선과 직선기선의 방법을 규정하고 있는 까닭에, 어떤 방법으로 기선을 삼느냐에 따라 해안으로부터 영해 최외곽까지의 거리가 달라질 수 있다. 통상기선이란 썰물 때 나타나는 자연적인 해안선을 의미하는 것이고, 직선기선은 해안의 굴곡이 심하거나 해안에 가까운 곳에 섬이 흩어져 있어 통상기선을 설정하기가 곤란한 경우 해안의 일정한 지점을 연결한 직선을 말하는 것으로, 여건에 따라 통상기선이나 직선기선을 기준으로 영해의 폭을 설정하게 된다.

개림호 피랍지점은 일본이 신해양법을 채택하기 전에는 통상기선이 적용되던 곳으로 일본의 영해에 속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해양법은 동 지역에 직선기선을 적용하고 있는 까닭에 직선기선으로부터 12해리 내에 들어가는 피랍지점은 일본이 영해로 주장하는 해역이었다.

만약 종전의 통상기선을 직선기선으로 바꾼 사실이 국제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것이라면 일본의 개림호 나포는 명백히 불법행위가 되는 것이다.

한일 양국은 77년 어업협정을 통하여 협정상의 규정을 위반한 선박에 대하여는 기국이 관할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협정상의 내용을 개정하고자 할 때에는 양국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협정에 비추어 보면, 일본의 나포행위에는 두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일본이 통상기선을 직선기선으로 바꾸는 것은 우리나라의 동의를 얻어 협정을 개정한 후에야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영해침범을 이유로 일본이 관할권을 행사하는 것도 협정위반 선박을 연안국이 나포할 수 있도록 협정을 개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만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본이 자국의 국내법인 영해법 개정만을 통하여 한일간의 어업협정에 반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명백히 국제법 위반이다. 이러한 내용은 바로 일본 시마네현 지방법원이 내린 판결의 핵심적 내용에 해당하는 것이다.

사법부의 법률적 해석과 판단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부가 또 다시 자국 국내법을 근거로 우리나라의 선박을 나포하는 것은 일본 스스로 사법적 정의를 부인하는 것일 뿐 아니라 외국과의 약속을 아예 무시하는 비국제적이고 비선린적인 태도이다.

더욱이 개림호 나포는 지난 번의 나포행위들이 문제되어 한일 양국간에 77년의 협정을 재론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되는 중에 발생한 것이다.

물론 불과 수개월 전의 사태와 동일한 성격의 사고가 되풀이 되었다는 것은 일본측의 위법성 문제와는 별도로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 보게 한다.

그러나 일본의 나포가 한일간의 협상에서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행하여진 것이라면 선의로써 성실히 협상에 임하여야 하는 국제법 정신을 위배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한일간의 해양질서를 위한 협상에서 이러한 문제점의 시정과 조정을 위한 우리의 노력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연계되어 묻혀 버려서는 안 된다는 점과, 일본은 국제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가장 기초적인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Pacta sunt servanda)」는 국제법원칙을 되새겨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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