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재경원 부인불구 일제히 투매7일의 주가 대폭락은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할 것이라는 외국 언론기관의 추측보도가 주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주식시장에는 「재정경제원이 최근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는 루머가 파다하게 퍼지면서 외국인들이 투매에 나서고 한국투자자들도 뇌동매도를 하는 바람에 대폭락했다.
이같은 패닉현상은 블룸버그라는 세계 유수의 경제전문통신사가 지난 6일 서울발로 『한국도 태국이나 인도네시아와 같이 IMF나 외국에 긴급자금지원을 요청할지 모른다(may be forced to turn to IMF… for emergency credit)』라고 타전하면서 촉발됐다.
여기에 유럽 식자층사이에 정평이 있는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IHT)지가 이 통신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전제했고 금융시장에서는 급기야 「요청할지 모른다」는 추측이 「요청했다」라는 사실로 와전되는 등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비화했다.
이같이 사태가 완전히 엉뚱한 방향으로 돌아가자 양당사자중 한쪽인 IMF가 한국정부보다 신속하게 나서 『한국은 현재 금융위기와 환율파동을 겪고 있느나 IMF로부터 긴급자금을 인출해 사용할 계획이 전혀 없는 것 같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시장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IMF에 대한 긴급지원자금요청은 곧 한국경제가 부도위기에 내몰렸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경제원 당국자는 이와 관련,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적도 없고 적어도 현재로서는 요청할 계획도 없다』고 펄쩍 뛰며 『블룸버그사에 강력히 항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특히 재경원은 이같은 추측보도의 배경에는 최근 일본에 설치된 IMF 아시아태평양사무소장이 신임인사차 방한한 것이 구제금융을 협의하기 위한 극비방문으로 외국언론기관들이 오해한 데 따른 것이라며 그 증거로 일본사무소장이 보낸 방한관련 협조공문을 공개했다.
공문에 따르면 IMF의 사토 구니오 소장은 10월말께 한국을 방문, 앞으로 개최할 예정인 심포지엄에 대해 논의하고 싶으니 30분정도 시간을 내줄 수 있느냐는 것. 결국 사토 소장은 10월23일 재경원을 방문, 주무 국장과 과장을 만나 상견례와 함께 현재 일본과 동남아국가들이 창설을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통화기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짧은 상견례는 IMF 긴급자금지원을 위한 비밀회동으로 둔갑했다. 실제 최근 재경원을 방문·취재한 한 외국언론특파원이 『긴급자금지원을 위한 비밀회동을 하지 않았느냐. 다 알고 있는데 왜 거짓말을 하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증권관계자들은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305억달러인데도 150억달러라고 보도하고, 한국의 외화조달금리수준이 국가신용등급이 3단계인 인도네시아와 같다고 엉터리 보도를 일삼고 있다』며 『최근 주식시장에는 동남아의 금융위기 때처럼 국제음모설이 돌고 있는 만큼 정부가 강력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경철 기자>김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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