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치적 시절이 지나갔으니 말이지만 나에게 가장 소중한 직함 세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남편과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입니다』 6일 조지 부시 전미국대통령은 자신을 기념해 텍사스에 건립된 도서관의 제막식에서 인생의 또하나 획을 긋는 감격을 이렇게 표현했다.스스로를 『세상에서 가장 운좋은 사람』이라고 부르는 부시 전 대통령의 기념도서관 제막식에는 2만여명의 인파가 모여 그의 「성공적 인생」을 축하했다. 박물관을 겸하기도 하는 이 도서관에는 2차세계대전당시 폭격기 조종사에서 예일대의 야구스타, 유전개발업자, 중앙정보국장, 유엔대사, 그리고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그의 인생역정을 담은 각종 자료가 전시돼있다.
그는 제막식연설에서 『어머니께 사과할 일이 있다』면서 『이 전시물들이 절대 뽐내지 말라는 어머니의 규칙을 어긴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올해초 청년시절을 회상하며 낙하산을 메고 고공에서 뛰어내려 화제를 모았던 73세의 전직 대통령은 정치인이 아니라 그야말로 한 남편과 아버지로서 인생을 겸허하게 정리함으로써 사람들을 감동시키고있다.
그러나 한국인의 입장에서 감동할만한 일은 또 있었다. 자연인으로 돌아가 인생의 마감기를 아름답게 장식하려는 부시 전대통령의 행사에 정파가 다른 전현직 대통령이 모두 모여 진심으로 축하를 보내는 장면이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92년 대선에서 자신에게 패배를 안겨주었던 빌 클린턴 대통령을 『격동과 예측불가능의 시대에 국가를 잘 이끌어 계속 강하게 하고있는 지도자』라고 추켜세웠다. 클린턴 대통령도 『미국은 고결함과 감성으로 나라를 잘 이끌었던 훌륭한 인물을 갖고있었다』고 화답했다.
전직대통령들은 감옥에 있고 현직대통령의 아들은 재판중이며 대선을 앞두고 서로 피투성이 싸움이 한창인 우리 정치를 미국과 비교하는 것은 지나치게 평면적 사고일까. 아마 부시 전 대통령의 진정한 자랑은 전직대통령이 자연인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미국정치의 전통과 분위기가 아닐까 싶다.<워싱턴>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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