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가족음해 충격… 선거후유증도 걱정/청와대 대책회의서 탈당놓고 한때 격론김영삼 대통령은 대선정국의 변화에 따라 그야말로 전격적인 신한국당 탈당을 결행했다.
김대통령은 신한국당의 내분상황을 충분히 지켜본 뒤 이달 중순 이후 탈당 여부 및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됐었다. 그러나 정치권의 폭로공방이 가열되면서 자신도 「국민신당 지원설」 등 예기치 못한 공세에 휘말리자 정면돌파의 방법으로 「탈당카드」를 선택한 것이다.
김용태 비서실장은 『김대통령은 지금까지 탈당문제를 적극 검토하지 않았으나 최근 상황이 김대통령의 탈당 결심을 재촉했다』고 말해 이번 결정이 갑자기 이뤄진 것임을 강조했다. 김실장이 지적하는 「최근 상황」은 신당창당 지원설 등 폭로공방이다.
김대통령은 요즘 며칠 매우 심기가 불편했다는 것이 김실장의 전언이다. 부인 손명순 여사까지 자금지원설에 끌어 들이는 정치권의 행태에 대해 분노했다고 한다. 김대통령은 무엇보다 손여사에 대한 국민회의 주장을 보고 받고는 큰 충격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은 『김윤환 신한국당 선대위원장이 일방적 주장으로 청와대를 비난하는 것을 시작으로 정치권이 김대통령과 가족까지 음해하는 것에 심각한 위기를 느낀 것이 사실』이라며 『몇차례 대책회의를 통해 이러한 행태에 강한 쐐기를 박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한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은 이같은 폭로전이 그대로 가다가는 선거가 끝나더라도 엄청난 후유증이 생길 것으로 걱정했다』며 『공정한 선거관리로 5년 임기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실장과 김광일 정치특보, 조홍래 정무수석, 문종수 민정수석, 신우재 공보수석, 박세일 사회복지수석 등은 6일 하오 대응책을 다각도로 검토한 뒤 대국민담화 발표 등을 김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이 회의에서는 특히 탈당 여부를 둘러싸고 격론이 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당적 포기를 밝혀야 한다는 주장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는 주장, 아예 언급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 등이 팽팽히 맞서는 바람에 최종 결심은 김대통령이 하도록 건의키로 했다는 것이다.
한 참석자는 『김대통령은 사실 탈당을 매우 주저했었다』며 『자신의 탈당이 신한국당 의원들의 탈당의 계기가 되는 것을 우려한데다 과거 노태우 대통령의 민자당 탈당을 비판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7일 상오 8시15분께 신공보수석을 집무실로 불러 탈당 결심을 밝히고 담화발표를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이어 8시45분께 김실장을 비롯한 전 수석비서관을 본관으로 불러 탈당의사를 표명한 뒤 취지를 설명했다.
김대통령은 밤을 새워 고뇌한 탓인지 얼굴이 수척해 보였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하오 11시30분 노사관계 개혁위원회 보고 및 오찬 자리에서도 안색은 여전히 좋지 않았으나 무척 홀가분한 표정으로 목소리도 활기에 차 있었다는 것이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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