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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 ‘붕어빵 정치판’/이장훈 국제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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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 ‘붕어빵 정치판’/이장훈 국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7.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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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미폰 아둔야데트(69) 태국국왕이 6일 갑자기 심장박동에 이상을 느껴 병원에 입원했다. 국왕의 주치의는 『푸미폰 왕이 정쟁때문에 심신이 약해졌다』며 『총리를 서로 차지하기 위한 정치 싸움을 중지해 달라』고 호소했다.태국은 최근 부정부패와 경제실정 등으로 차왈릿 용차이윳 총리가 사임의사를 밝히자 집권 연립의 6개 정당들이 총리자리를 둘러싸고 진흙탕 싸움을 벌여왔다. 이에 야당도 가세, 정국은 혼미를 거듭하며 표류하고 있다. 정치권은 총리직을 누가 맡을 것이냐를 놓고 여야의 구별없이 이해타산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는가 하면, 유력후보에 대한 비리를 폭로하는 등 그야말로 이전투구를 거듭하고 있다.

정치판이 이처럼 혼탁해지자 태국의 바트화는 국제투기꾼들의 손아귀에 놀아나다 추풍낙엽 신세가 됐다. 통화의 가치하락과 함께 물가폭등, 기업도산, 실업률 급증 등 경제전반이 최악의 상황에 빠지게 됐다. 국민의 원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정치권은 정권잡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왕은 노심초사, 결국 병원신세를 지게됐다. 물론 국왕이 나서서 정쟁을 중지하고 국가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모두 힘을 합하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태국의 헌법에 따르면 국왕은 실권이 없는 만큼 뚜렷한 대안을 제시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태국은 그동안 잦은 군부 쿠데타와 부정부패 등으로 정권이 뒤바뀌는 등 혼란을 겪었으나 89년의 이른바 「5월 항쟁」으로 정치발전의 전기를 맞이했다. 이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에서 태국은 정치안정과 함께 경제적으로도 잘나가는 국가로 부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권이 권력투쟁을 일삼는 바람에 이제는 옛날 얘기가 됐다.

태국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우리네 사정과의 유사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경제는 뒷전이고 정권잡기에만 골몰하는 우리의 대통령 후보들. 어제의 적을 오늘의 동지로 삼고 상대 후보자에 대한 흠집내기에 혈안이 된 정치 지도자들.이들에게는 21세기를 지향하는 비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태국과 다른점이 하나 있다면 우리의 대통령은 오늘도 조깅을 할만큼 건강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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