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준비 재소자 등 유명학원강사 강의 수신/솔빛,무궁화위성통해 5월부터 무료송출/“서울 8학군학생 안부러워요” 재생의 학습열기『한때의 실수로 영어의 몸이 되었지만 위성을 통한 멀티미디어 원격교육방송으로 유명 학원강사의 강의를 마음껏 들을 수 있어 서울8학군 학생들이 부럽지 않습니다』 7일 하오 천안소년교도소 수험사동안에 있는 교육실. 푸른옷을 입은 52명의 수험생재소자들이 수능시험반, 고입 및 고졸자격 검정고시반으로 나누어 51인치 대형 멀티비전에 나타난 유명강사의 강의에 열중하고 있었다. 위성교육방송 전파가 사회와 단절된 교도소의 높은 담을 뛰어넘어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재소자들에게 「재생의 빛」이 되고 있는 것이다.
수능시험반 14명은 저녁식사 후 본격적인 공부를 한다. 「거실」이라고 부르는 4.34평짜리 좁은 방 두개에 7명씩 들어가 18인치 TV모니터를 보면서 수업한다. 위성강좌는 학기중에는 하오 4시부터, 방학동안에는 상오 10시부터 밤 11시까지 이어진다.
강좌는 멀티미디어 교육업체인 (주)솔빛이 한국통신의 지원을 받아 서울 위성스튜디오 센터에서 무궁화위성을 통해 전국 100여개 학원으로 유료송출하고 있는 내용으로 천안소년교도소에는 무료로 보내주고 있다.
교도소의 겨울은 유난히 빨리 찾아온다. 찬바람이 낙엽을 쓸어갈 때쯤이면 재소자들의 체감온도는 영하로 뚝 떨어진다. 그래서 장기수들은 청명한 늦가을의 하늘을 「곱징역」을 예고하는 전령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수형생활이 다른 계절에 비해 곱절이나 힘들어 진다는 사실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천안소년교도소 수험사동에서는 오히려 열기가 뿜어져 나온다. 수능시험이 얼마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목당 50분씩 진행되는 강의에 열중하는 수험생 재소자들의 눈망울은 초롱초롱하다. 강사의 우스갯 소리에 폭소를 터뜨리다가도 곧바로 자세를 가다듬는 긴장된 모습이 여느 고3교실과 다를바 없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교도관의 눈초리가 따가워서 공부하는 시늉을 내는 것도 아니다. 전국 대부분의 교도소는 재소자교육, 특히 수험생을 위한 별도의 강의는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여건이 열악한 실정이다.
재소자에 대한 교육은 교도관으로 자체강사진을 구성해서 국어 영어 수학 등 일부 과목을 제한적으로 가르치거나 자습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이 고작이다.
일요일마다 현직 고교교사 몇명이 자원봉사를 나와서 보충수업을 해주지만 효과를 기대하기는 역부족이다.
교육적인 환경이 이렇다보니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재소자들도 「작심삼일」식으로 책을 잡다가는 흐지부지 팽개쳐 버리기 일쑤다. 그런다음에는 하루 하루 허송세월을 보내면서 대책없이 출소일만을 기다릴 뿐이다.
그러나 천안소년교도소의 경우 일반 학교의 강의수준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지난 5월부터 시범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멀티미디어 교육 덕분이다.
재소자 1,070명 중 고입 및 고졸자격, 대입준비생으로 선발된 52명의 수험생들은 학원식으로 진행되는 전문강사의 명강의를 매일 접한다.
교도소측이 수험생들에게 특별배려를 해준다. 하오 8시30분에는 전등을 꺼야 하지만 이들에게는 소등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밤을 새워 공부할 수 있다. 수험생들에게는 책걸상을 지급하고 복습을 위해 위성강의내용을 녹화했다가 다음날 틀어주기도 한다.
김모(18)군은 『혼자 공부할 때 모르는 문제는 그냥 넘어갈 수 밖에 없었는데 TV에서 선생님이 친절하게 설명해주니까 큰 도움이 된다』며 『19일 수능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 내년 2월 출소하는 대로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고 말했다. 멀티미디어 위성교육은 학원강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현장감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8월부터 TV를 통해서 방영되는 EBS의 위성교육방송을 가끔 녹화해 보여주지만 재소자들은 강의와 학습의 집중도 등을 들어 멀티미디어 강의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교도소 관계자는 『수능준비반의 경우 정예인원을 선발했기 때문에 이번 대학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은 독학으로 공부하다가 대도시 유명강사의 강의를 직접 들으며 체계적으로 실력을 쌓고 있어 상급학교에 진학 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현재 원격위성교육은 부산 대전 목포 춘천 김천 등 6개 교도소에서도 230여명을 상대로 실시되고 있으나 천안을 제외한 나머지는 강의내용을 녹화했다가 틀어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같은 재소자 상대의 위성방송교육이 교정효과가 크고 재소자들의 호응도 좋아 앞으로 대상 교도소를 늘려나갈 방침이다.
김수장 법무부교정국장은 『내년에는 예산을 확보, 교도소내에 위성수신장치 등을 갖춰 좀더 많은 청소년재소자들에게 멀티미디어 학습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솔빛측도 재소자들의 성적향상을 위해 쌍방향 시스템 및 인터넷을 통한 모의고사 시스템을 개발, 교도소의 여건에 맞춰 적용할 계획이다.
위성망을 제공하고 있는 한국통신도 위성수신료를 인하, 교정사업을 측면 지원할 예정이다. 천안소년교도소는 이처럼 청소년재소자들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주는 실험무대가 되고 있다.
단절의 땅인 교도소에 원격위성방송교육의 무한한 가능성을 심어준 것이다. 멀티미디어의 빛은 오늘도 높은 담장안으로 들어가 자포자기에 빠져있는 재소자들을 이렇게 깨우고 있다.
◎인터뷰/송주석 천안소년교도소장/재소자 위성교육은 교정행정의 혁명/담장의 단절 무너뜨린 멀티미디어 위력 체감
『바깥세상의 눈으로 보면 별거 아닐지 모르지만 모든 것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이 대형 멀티비전을 통해 입시공부를 하고 있는 현실은 몇해전까지 상상도 못했습니다』
천안소년교도소 송주석(58) 소장은 『재소자 대상의 위성교육은 우리나라 교정행정사상 가히 혁명적인 일로 기록될 것』이라며 『교육현장과 단절된 재소자들이 일반학교 또는 학원과 별 차이없는 양질의 교육을 받게 돼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송출하는 학원강의를 교도소안에서 생생하게 받아보다니 정보화시대를 절감한다』며 『그 무엇도 넘보지 못했던 「담장의 단절」을 무너뜨린 멀티미디어의 위력을 새삼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창 공부해야 할 나이에 교도소에 들어온 청소년 재소자들중 상당수가 다시 마음을 잡고 공부해 제 2의 인생을 새롭게 출발하고 싶어한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이 그들의 욕구를 효율적으로 해소해주지 못해온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송소장은 『대학수능시험이나 검정고시를 사실상 독학으로 준비해온 재소자들에게 지난 5월부터 시작한 멀티미디어 위성교육은 희망의 등대와 같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강조했다.
우선 재소자 수험생들의 생각이 능동적으로 바뀌었고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는 분위기가 저절로 생겨났다는 설명이다. 공부에 재미가 붙어 은연중에 방송시간을 기다리는 재소자들을 보면 교도소장으로서 보람도 느낀다고 했다.
송소장은 특히 『멀티미디어 교육의 효과가 당장은 나타나지 않지만 출소후를 생각해서 공부를 하는 등 수형생활을 긍정적으로 바꾼 청소년 재소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천안소년교도소는 현재 엄격한 심사를 거쳐 52명만을 선발해서 교육기회를 주고 있지만 강의실 확대 등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대상자를 크게 늘릴 방침이다.
『올해 입시에서 14명의 수험생이 모두 원하는 대학에 합격,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송소장의 표정은 수험생을 둔 학부모의 심정과 같았다.<천안=전국제 기자 stevejun@korealink.co.kr>천안=전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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