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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외과 바티스타 박사(의료계 영웅: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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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외과 바티스타 박사(의료계 영웅:4)

입력
1997.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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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절제수술법 독자개발/심부전 치료에 ‘단돈 80불’브라질 남부 쿠리티바시 교외의 작은 시골병원. 94년 이곳에서 진행된 한 건의 특별한 심부전 수술이 세계 심장외과계를 경악시켰다. 창으로 스며드는 햇빛에 의존해야만 했던 열악한 의료시설이 놀람의 이유는 아니었다.

그것은 약물치료와 심장이식이 최선으로 여겨졌던 기존의 심부전 치료에 「혁명적」방법이 동원돼 성공했기 때문이다. 「심장 트리밍(Trimming)」으로 알려지게 된 이 수술법은 비정상적으로 커진 심부전 환자의 심장을 일정 부분 잘라냄으로써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혁명의 주인공은 란다스 호세 빌레라 바티스타(50) 박사.

바티스타 박사가 심장 트리밍법을 개발하게 된 것은 그의 독창적 기질과 브라질적 상황의 산물이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12년간 심장외과를 공부하고 이곳에 왔을 때 그는 좌절의 문턱에 섰다. 가난한 심부전 환자들에게 엄청난 돈이 들고 구하기 어려운 심장을 이식한다는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

이때 그를 희망으로 이끌어 준 것은 동물심장에 대한 그의 평소 관심이었다. 뱀에서부터 물소에 이르기까지 모든 동물은 심장크기에 대한 심근 용적의 비율이 동일하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심부전은 심장발작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심장이 약화하면서 시작된다. 이 경우 심장은 정상적인 박동을 유지하기 위해 심근을 팽창시키는데, 결국 이것은 심장크기 확대와 심근약화로 연결된다. 심장의 혈액 펌프작용이 약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 정상인의 심장이 혈액 65∼70%를 몸속으로 펌프질하는 반면 말기 심부전 환자의 심장은 15%밖에 혈액을 퍼내지 못한다.

바티스타 박사는 여기서 「환자의 심장이 커져서 문제라면 일부분을 잘라내 작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심장 트리밍법은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첫 수술이 성공한 후 그에게 환자가 쇄도했다. 수술비는 단돈 80달러. 미국에서 이같은 수술을 받으려면 5만달러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그가 수술한 환자가 2년이상 생존하는 비율은 60%이상. 이에 대해 대부분의 심장외과의들은 「낮은 생존비율」을 이유로 반대해 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심장 트리밍법은 획기적인 치료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의료재단은 이 방법을 통해 약 72%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

심장 트리밍법이 각광받게 된 것은 무엇보다 기존 심장 이식법의 결정적 한계 때문이다. 미국에서만 연간 5만명의 환자가 심장이식을 위해 대기하고 있지만 실제로 공급되는 심장은 2,500개에 지나지 않는다. 이식성공 여부도 문제지만 상당수의 환자가 대기중에 사망한다.

바티스타 박사는 아직은 심장외과계에서 괴짜이자 이단아로 통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치료법에 대해 단호하다. 『나는 심장수술법을 선진국과 후진국 국민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고 싶다. 심장이식법은 세계인구의 (부유한)1% 밖에 이용할 수 없다. 나는 나머지 (가난한)99%를 돕겠다』<정리=배연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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