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 공백… 3자 무제한 각축/연쇄탈당 정계재편 여부 촉각/공정한 중립자역은 두고 봐야신한국당 명예총재인 김영삼 대통령의 탈당은 97년 대선정국의 격동성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12월 대선을 40일 남겨놓고 이뤄진 김대통령의 탈당은 무엇보다 집권당의 공백상태라는 매우 특이한 대선환경을 조성해 놓았다. 신한국당은 더 이상 집권여당이 아닌 다수당일 뿐이고, 정국은 여야의 구분이 모호한채 중심세력 부재의 혼미한 국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물론 집권당의 공백상태는 92년 대선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사정이 판이하다. 그때도 노태우 대통령이 집권민자당을 탈당했지만, 당시의 탈당은 자발적으로 이뤄진 탈당이었고 김대통령의 경우는 여당후보의 「결별요구」에 의한, 말하자면 타의적인 탈당인 셈이다.
또 92년 당시 노대통령은 탈당 이후에도 김영삼후보를 내용적으로 크게 도왔지만 이번에는 이회창 후보가 김대통령의 도움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노 전대통령과 김대통령 모두 공정한 대선관리를 탈당 명분으로 삼았지만 탈당의 실제 성격은 이처럼 전혀 다른 것이다.
때문에 김대통령의 탈당은 집권여당의 진공상태를 과거보다 더욱 명확히 하면서 이회창 김대중 이인제 3인후보의 무제한적 각축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다고도 볼 수 있다.
우선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는 YS탈당으로 그토록 거추장스럽던 「집권당의 굴레」를 벗어 던지게 됐다. 이회창 후보로서는 큰 짐 하나를 덜게 된 셈이다. 그러나 신한국당내 민주계 등 비주류가 김대통령을 좇아가지 않고 계속 당에 남아 이후보를 흔들려고 할 경우 이는 또다른 부담요인이 될 것이다. 또 비주류가 연쇄탈당을 감행, 이인제 후보를 돕거나 독자적인 정파를 결성한다고 한다면 YS탈당은 대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대대적인 정계재편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김대통령의 당적이탈은 이회창 후보에 대한 공식적인 결별선언이자 이미 적대관계로 돌아선 두 사람간 새로운 대립의 시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는 김대통령의 탈당에 경계의 빛을 늦추지 않고 있다. 김대통령은 엄정중립을 표방하고 있지만 오히려 탈당을 계기로 이인제 후보에 대한 지원을 더욱 노골화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민회의 입장에서는 김대통령 탈당이 예상 못한 바는 아니지만 청와대의 신당지원설파문으로 탈당시기가 앞당겨졌다는 측면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만일 김대통령 탈당이 여권의 중심세력인 민주계의 대거탈당으로 이어지고, 이 세력이 국민신당에 편입될 경우 국민회의는 적잖이 고민스럽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이날 탈당의 뜻을 밝히면서 「엄정한 심판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국민신당 지원의혹이 해소되지 못한 상황에서 어차피 공정 관리자로서의 김대통령 역할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김대통령은 엄정한 대선관리를 천명하며 국외자적 위상을 강조하고 있으나 정치권의 공방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김심」이 국민신당에 경도됐다는 국민적 의구심이 가시지 않는한 김대통령은 여전히 공세의 표적이 될 수 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더욱이 이회창 후보는 김대통령을 3김청산의 일차적 극복대상으로 지목, 계속해서 대선공방의 중심무대에 끌어들이려 할 것이다. 김대통령의 탈당은 결과적으로 대선정국의 안정변수가 아닌 격발변수로서 상당히 복잡미묘한 정치적 파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정진석 기자>정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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