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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 밥/불타듯 빠른 연주… 내면의 울림(재즈재즈: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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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 밥/불타듯 빠른 연주… 내면의 울림(재즈재즈:7)

입력
1997.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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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속도에선 체화한 것만 나올뿐”/덱스터 고든 등 거장들이 물결 지휘열기의 끝은 백열이다. 탈 수 있는 것이 다 타버리고 나면, 눈부신 순백색만이 남는다. 「하드 밥(Hard Bop)」은 음의 백열상태를 추구한다.

「순수」, 그 백열의 상태까지 오르는 가장 유효한 계단은 「속도」다. 그냥 빠르다 싶은 정도가 아니라, 그들은 무시무시하게 빠른 속도로 연주한다. 예를 들어 「쿵따리샤바라」의 메트로놈 수치는 분당 130이지만, 하드 밥 뮤지션들은 컨디션이 좋을 때는 메트로놈 한계치인 분당 400의 턱밑까지 올라간다. 제대로 따라 듣기조차 벅찬, 무시무시한 속도다. 또 블루스, 밥, 선법(mode) 등의 재즈양식을 총동원한 재즈의 음구조물을 극한의 속도로 밀어 부친다. 아니면 프리재즈 계열의 선율을 느릿하게 연주할 수도 있다.

하드 밥 뮤지션들은 그렇다면 왜 극한에 도전하는가?

「야타밴드」의 리더 임인건(39·피아노)씨는 『속도의 극한에 달하면 미리 준비할 겨를이 없어 평소 완전히 체화해 있던 것만 나올 수 밖에 없다』며 하드 밥의 논리를 압축했다. 『하드 밥이란 스스로를 극한의 세계로 몰아 부쳐, 진짜 자기 것만 뽑아 올릴 수 밖에 없도록 하는 「진실게임」이다.』

국내 최초의 하드 밥 밴드를 표방하고 출범한 「야타밴드」는 결성 직후인 지난해 11월부터 대학로 「꼼빠홀」에서 매주 월요일 연주한다. 평균 7∼8분 길이의 창작 하드 밥 작품 「야타1, 2, 3」 등을 선보인다. 임씨는 『관객은 하드 밥이란 음악에 낯설어하면서도, 그 강렬함과 연주자의 진지함에 몰입하는 모습이다』고 전한다. 지금까지 53회 공연을 했다(02-744-7443).

「하드 밥」이란 좌익(프리재즈)도 우익(퓨전재즈)도 더 이상 재즈의 탈출구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이 널리 유포되던 70년대의 끝에 또 다른 대안으로 제시됐다. 가증스런 상업화에 더 이상 굴복하지 말고, 재즈의 예술적 자존심을 되찾자며 실력파 재즈맨들이 분발한 것.

덱스터 고든과 소니 스팃(색소폰), 레드 로드니와 아트 파머(트럼펫), 행크 존스와 호레이스 실버(피아노), 조 패스와 짐 홀(기타), 맥스 로치(드럼) 등 일단의 거장이 반역의 물결을 진두지휘했다. 그들의 분투는 윈튼 마설리스의 85년작 「검은 법전(Black Codes)」 등 우리 시대 재즈의 선구적 작업 곳곳에 녹아 있다. 캐나다 출신의 「야타밴드」 드러머 벤 볼(30)은 『서구에는 하드 밥 매니아 층이 확고하다』고 전한다.<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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