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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버드 박사/어린이 만성통증치료 ‘권위’(의료계 영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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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버드 박사/어린이 만성통증치료 ‘권위’(의료계 영웅:3)

입력
1997.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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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이라인스에게 문제가 생긴 것은 90년 가을, 11세때였다. 다친 데도 없는데 조금만 건드려도, 심지어 침대시트만 스쳐도 참을 수 없이 아파 밤잠을 설쳤다. 결국 걸을 수 없게 됐다. 미국 중서부지역의 이름난 병원들을 찾아다녔지만, 아무도 이유를 몰랐다. 심지어 한 의사는 꾀병을 부린다고 나무랐다. 한 신경전문의는 「반사교감신경장애」일지 모른다며 보스턴 아동병원의 찰스 버드(46) 박사를 만나 보도록 권했다.소아 및 마취전문의로 하버드 의대 부교수인 버드 박사는 보스턴 아동병원 통증치료서비스의 공동창립자이자 소장이다. 86년에 설립된 이 기관은 미국에서 처음으로 어린이 통증을 전문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진료진에는 의사와 간호사 심리학자 물리치료사 침술사까지 포함돼있다. 이들은 수술이나 부상, 암, 낭포성 섬유증, 에이즈, 혈우병, 신경계 이상 등으로 인해 지독하고 만성적인 통증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을 치료한다.

버드 박사는 아이들을 사랑하고 존중한다. 스탠퍼드 의대 시절부터 아이들과 가족을 위한 일을 하기를 원했다고 한다. 그는 차분하고 부드러운 말씨에 친근감이 있으며 진실하다. 턱수염은 장난꾸러기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버드 박사 팀의 외과병동 아침 회진 풍경은 방문자들에게 즐거운 놀라움을 안겨준다. 누구도 울거나 신음하지 않는다. 큰 수술을 받은 지 하루 이틀 지난 아이들도 편안해보인다. 정맥을 통해 진통제를 주사하는 펌프를 장착한 아이들도 있고 척수 주변에 약물을 주입하는 경막 카테터(도관)를 등에 꽂은 아이들도 있다. 버드 박사는 통증을 꾸준히 조절해주는 이 치료법들을 쓰면 아이들이 겁을 내는 주사를 계속 놓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70년대까지 아기들은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는 잘못된 생각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래서 신생아 수술때 마취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나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기들은 어른보다 통증을 더 심하게 느끼고 지속적인 통증은 이후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제약회사들은 여전히 이 분야가 시장성이 낮다는 이유로 어린이 통증치료제 개발을 소홀히 하고 있다.

버드 박사는 기존의 진통제가 메스꺼움 변비, 가려움 등 부작용이 있어 환자들이 사용하기를 꺼린다는데 착안, 절개 부위에 삽입하면 일주일간 효과가 지속되는 진통제를 개발해 특허를 냈다. 또 물고기나 조개류, 조류 등에서 채취한 독소들을 이용한 국부 마취제를 개발중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통속에 죽어가는 어린이들을 돌보는 일이다.

버드 박사의 성심을 다한 치료로 병을 회복한 알렉스 이라인스는 이제 스키 테니스 같은 격한 운동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의학을 전공하기로 맘먹은 알렉스는 버드 박사에게 사사한 밀워키의 한 마취의사와 함께 올 여름을 보냈다.<정리=이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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