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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류탄도 드나드는 공항(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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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류탄도 드나드는 공항(사설)

입력
1997.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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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공항 보안검색에 커다란 허점이 드러났다. 지난달 31일 김포발 KAL 071편으로 캐나다 밴쿠버공항에 도착한 한 외국인 승객의 가방에서 수류탄이 발견돼 캐나다 경찰이 김포공항 보안검색 과정에서 이 수류탄이 적발되지 않은 경위조사를 인터폴에 의뢰했다고 한다.우리나라 공항은 옛날부터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세관검사 입국수속 등도 그렇지만 특히 보안검색에 대한 외국인 입국자들의 불평이 컸다. 그때마다 정부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특수상황을 내세워 그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 필요성을 인정한 국민들도 불편을 참으며 안전제일주의 정책에 안도해 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공항의 보안검색이 대단히 「관대」해졌다. 탑승장이 아니면 누구든, 아무 물건이나 가지고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게 됐다.

이 승객은 같은 날 마닐라에서 김포에 도착, 보세구역에서 1시간여 대기하다 밴쿠버행을 탔다고 한다. 실제로 그 항공기 승객중 김포공항에서 외국행 항공기를 갈아탄 88명 가운데 83명만 보안검색을 받았을 뿐이다. 만일 그 승객이 보안검색을 받았다면 X선 투시시설이나 금속탐지봉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 두가지 가능성 가운데 어느 쪽 잘못이었다 해도 예사로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첫번째 가능성은 모든 탑승자가 예외 없이 보안검색을 받아야 하는 대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비행기 한대의 환승자중 검색을 받지 않은 사람이 5명이나 된다는 것은 보안검색 시스템에 근본적 허점이 있음을 말해 준다. 두번째는 보안검색 장비에 중대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사가 빠져도 큰 것이 빠졌다는 증좌이다.

공항관계자들은 폭주하는 승객을 적시에 처리하기 위해서는 검색 등 모든 절차의 신속화가 불가피한 형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안전」을 이같은 「편의」로 훼손시켜서는 안된다. 또한 우리 공항의 보안검색 시스템이 70년대 이래 크게 개선된 것이 없다고 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기만을 감별해 내는 첨단 검색장비는 그림의 떡이고, 낡아빠진 장비들마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는 것이다. 탁송화물 검색은 세관, 수하물 검색은 경찰이 맡는 보안검색 이원화 같은 운영·관리상의 문제점도 무수히 지적됐으나 개선되지 않고 있다.

외국 국제공항의 경우 집중 보안검색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탑승구에서 검색을 하고 있다. 경찰 감독하에 민간 용역업체가 맡고 있는 김포공항식 검색의 효율화를 위해 일본은 검색업무 유료화를 채택하고 있다. 저임금과 업무과중에 지친 민간업체 직원의 형식적 검색이 못미더워 항공사에 검색비용을 부담시켜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에 의뢰한 것이다. 늦었다고 느껴질 때가 빠른 법이다. 이제라도 보안검색 체제를 총점검, 인명과 재산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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