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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어니스트 박사(의료계 영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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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어니스트 박사(의료계 영웅:2)

입력
1997.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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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막 황반 퇴화환자에 ‘새빛’/낙태아 망막세포 환자이식 시력회복/타임지 11월10일자 특집호올초 미 시카고대의 안과의사인 테리 어니스트(62) 박사가 이끄는 수술팀은 복잡한 수술을 했다. 환자는 물체의 모양과 색깔을 식별하는 눈의 망막 황반이 퇴화해 시력을 잃어가는 펄밴 블리어트(80)씨였다.

2시간 동안의 이 수술이 의료계의 시선을 집중시킨 것은 어니스트박사가 사용한 방법이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낙태한 태아의 망막에서 세포를 추출, 블리어트의 손상된 왼쪽 눈에 이식하는 수술이었다. 수술결과 이식된 세포는 자체 증식, 죽어가는 망막의 황반으로 뻗어가는 미세한 망사구조를 형성하기 시작했고 환자의 시력은 차츰 회복돼 갔다. 15년전 똑같은 병에 걸렸던 아버지에게 안과의사인 아들로서 『어쩔 도리가 없다』며 무력감을 토로해야 했던 그였기에 기쁨은 더욱 컸다.

망막 황반의 퇴화는 죽을 병은 아니다. 그러나 잔인한 질병이다.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망막에서 빛과 그림자 등의 영상 이미지를 기록해 전자파 형태로 시신경을 통해 뇌에 전달하는 광신경 세포를 죽이는 병이다. 연필심 정도의 크기지만 매우 예민한 신경 덩어리인 황반은 망막의 다른 부분에 비해 작은 물체를 식별하는 능력이 100배 이상 뛰어나다. 때문에 이 병에 걸리면 신문도, 책도 읽을 수가 없으며 TV도 보지 못한다. 길을 가다가 친구를 알아볼 수도 없다. 시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은 침침하게 변해버린다.

황반 퇴화 환자는 미국에만 1,000만명으로 추산되지만 현재까지 마땅한 치료법이 없었다. 안경의 도수를 높이는 등 시력 보조장치를 착용하거나 레이저수술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완화시켜주는 방법이 고작이었다. 어니스트 박사팀은 황반 퇴화질병이 광신경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망막의 색소상피세포(RPE)를 죽인다는 점에 착안, 태아세포를 이용했다. RPE는 다른 체세포와는 달리 세포분열을 하지 않기 때문에 죽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태아의 RPE는 분열·증식하기 때문에 손상된 RPE를 건강한 태아세포로 바꾸면 희망이 있는 것이다. 때마침 93년 들어선 빌 클린턴 행정부는 낙태한 태아 조직을 이용한 연구금지를 철회, 본격적인 연구가 가능했다. 새 치료법에 대해 어니스트 박사의 반응은 아직도 조심스럽다. 『종종 개척적인 치료방법은 어떤 한 방향에서 시작했다가 나중에 다른 방향으로 향할 수 있다』<정리=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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