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걸만큼 의미있는 일” 판단/기수련 동료 4명도 함께 지원/검찰 전 수사계장·여교수·할머니 포함우리나라 40대 부부가 최근 미국에서 의사들이 집단으로 참여를 선언, 화제가 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백신개발을 위한 생체실험에 지원한 사실이 5일 밝혀졌다.
이들 부부는 『인생이 덧없이 느껴지던 때 미국 의사 50여명이 자신들의 목숨까지 걸고 에이즈 생체실험을 자원했다는 소식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인명은 재천이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결정을 내린 뒤 신청서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극구 꺼리고 있다.
현재 모방송국의 성우인 남편 L씨는 『에이즈에 대한 편견이 심해 생체실험 자원소식이 알려지자 보균자가 아닌데도 친한 친구들조차 정상인이 아닌 사람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만약 이 사실이 공개된다면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서 난처한 일을 당하게 될 지도 모른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L씨는 『의미있는 일을 해 보겠다는 결정이 이토록 힘들 줄 미처 몰랐다』며 『자식들과 부모님을 또 어떻게 설득해야 할 지도 정말 고민이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에이즈생체실험에 나선 사람은 이들 부부 외에 전 서울지검 수사계장 이용설(41·서울 동작구 노량진 2동)씨와 진양애(75·여)씨, 그리고 모대학 40대 여교수와 30대 회사원 등 6명이다.
이들은 이씨로부터 「기」전수받고 있는 동호회원들로 평소 기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던 이씨가 9월23일자 한국일보 「에이즈 정복위해 이 목숨바치겠다」는 보도를 보고 L씨 등에게 권유한 것.
이들은 최근 국제에이즈전문의사협회(IAPAC)에 팩스로 지원서를 보냈으며 협회측은 이달말까지 전세계에서 접수된 지원서를 모아 회신을 보낼 예정이다.<박일근 기자>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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