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7450046/서울 양반집 한정식맛 그대로/구절판·신선로·전복구이…/고종 수라상 받들던 솜씨/대물림으로 제대로 재현깔끔한 성품과 반가집의 가풍이 담겨 있는 서울여인의 상차림은 갈수록 만나기 어려워진다. 서울 성북동에서 한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미진(02―745―0046)의 상차림은 서울반가집의 면모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어 발길을 모은다.
80년 이 집을 창업한 이문옥 할머니는 어릴적 고종임금의 나인으로 수라를 받들던 고모에게 음식 만드는 법과 상차림의 법도를 배웠다. 솜씨와 눈썰미가 뛰어나 서울 장안의 내로라하는 집에서 큰일을 치를 때면 할머니를 모셔가 음식마련과 상차림을 맡겼다. 80년 봄 시집와 시어머니를 거들던 며느리 이영주(39)씨와 신명균(43)씨 내외가 대물림하고 있다.
미진의 음식은 서울식 한정식이다. 1인분 2만원부터 시작하는 한정식은 서울 반가집의 격식을 갖춘 상차림에 별도로 올리는 추가분과 반주의 내용에 따라 궁중요리까지 이어진다.
구절판에서 신선로, 전복구이와 갈비찜, 냉채, 청포묵, 전, 삼색나물, 국물이 들어간 짭짤한 찌개를 비롯해 기본찬이 10여 가지, 보쌈김치와 갓김치 등 김치 종류만도 4∼5가지나 된다.
미진의 음식은 하나하나가 간이 다르다. 매울 것은 맵고, 짤 것은 짜면서도 맛은 순하다. 그러면서도 어떤 것이든 고유의 제맛이 나도록 깐깐하게 조리하는 것이 자랑이다.
성북동 주택가 살림집을 그대로 개조해 서민적이고 친지의 초대를 받아 간 기분이 들 정도로 가족적인 분위기다. 최근에는 외국인도 자주 찾아와 우리 음식맛과 격식에 깊은 인상을 받고 간다.
점심이나 일반고객을 위해서는 보다 손쉬운 음식인 돌솥밥정식(1인분 9,000원)도 내놓고 있는데 독특한 맛이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임금님 수라상에서 유래한 돌솥밥◁
수라는 임금에게 올리는 진지로 여럿이 먹는 솥에 짓지 않고 옥돌로 된 돌솥에 따로 지었다. 흰밥과 팥밥 또는 오곡밥 두 가지를 지어 임금이 원하는 밥을 떠올렸다. 밥짓는 불도 숯냄새가 나지 않도록 장작을 때고 남은 뜬숯을 화로에 담아 수라상 곁에서 직접 짓는데 밥물이 넘쳐도 안됐다. 뜸이 푹 들은 밥을 즉석에서 올리고 숭늉도 제솥에서 떠 드렸다. 돌솥밥의 유래다.
이런 법도대로 지은 돌솥밥은 밥알이 수저에 착착 달라붙을 정도로 찰지고 부드러워 씹히기도 전에 입안에서 녹는다. 더욱이 이곳 밥은 잣과 해바라기씨, 호박씨, 대추 등 각종 열매를 넣고 밥물은 강원도 오색약수에서 길어온 것이어서 밥 빛깔이 연한 녹두빛이 난다. 따라나오는 찬도 맛깔스런 장아찌와 젓갈류, 칼칼한 된장찌개 등 무려 15∼16가지에 이르러 수라상을 방불케한다.
▷후식으로 경단 곁들인 식혜◁
미진의 또 한가지 자랑은 식후에 내는 경단과 식혜다. 식사가 끝날 무렵에 준비해놓았던 가루를 반죽해 경단을 삶아내 식혜와 함께 내오는데 맑고 시원한 식혜와 말캉한 경단맛이 미각을 새롭게 일깨워준다.
▷찾아가는 길◁
창경궁에서 혜화동 고갯길을 넘어 처음 만나는 성북동 삼거리에서 좌회전한다. 300미터쯤 진행하여 U턴 지점에서 다시 좌회전, 골목 안으로 10여m쯤 들어가면 좌측에 있다. 대중교통편을 이용할 경우 4호선 한성대입구에서 내려 5∼6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된다. 고개 하나 사이로 동숭동 대학로가 이어지고 조금 더 돌아가면 창경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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